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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김빠진 우리금융 M&A "플레이어가 없다"(끝)

  • 2014.10.08(수) 13:28

아직 교보생명뿐…유효경쟁 성립이 첫 번째 관건
"소수지분 매각만 잘해도 성공?" 비관론 많아져
[국민을 배워야 우리가 산다]⑥<끝>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김이 빠져버렸다. 흥행은커녕 '유효경쟁'이라는 기본적인 조건조차 채우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자인 교보생명이 참여를 확실히 하고, 또 국내 금융지주사 혹은 해외 금융회사 1~2곳 이상에서 우리금융을 먹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사실, 이래도 될까 말까 한 게 은행 M&A이다. 그 이외에 떠오르는 잠재 인수 후보군들도 전무하다. 시장에서는 경영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26.97%의 분산매각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다.


◇ 플레이어가 없다

기존에 인수 의지를 보였던 교보생명이 실제로 우리은행 인수전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유효경쟁 성립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복수의 경쟁자가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진 인수 희망자(플레이어)가 보이질 않는다. 정부가 지난달 말 경영권 지분 30%의 매각공고를 냈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새로운 회장이 부임하면 내부 조직 추스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M&A에 대해선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굳이 우리은행을 인수해 은행을 더 키울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과거 우리금융 민영화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우리투자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은행의 몸집키우기가 더이상 이슈가 되지 않아 우리은행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론스타 트라우마.. 해외투자자도 '글쎄'

당국에선 국내외 투자자를 모집하겠다고 나섰지만 해외투자자의 참여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사모펀드의 경우 단기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특성상 은행업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국내 은행 인수를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기도 까다롭다.

세계 경기가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서 해외 금융회사 역시 국내 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란으로 오랫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던 정부였다. 외국자본은 내키지 않는 존재다. 또다시 국내 대형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기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교보생명도 '아리송'

올 초 우리은행 인수 뜻을 밝혔던 교보생명의 참여 여부도 현재로선 아리송하다. 신창재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가격이 비싸면 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연한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시장은 헷갈린다.

교보생명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의향이 명확지 않아 보인다"며 "통상 은행을 인수하려면 지금쯤 컨설팅 펌, 회계법인 등으로 대규모 테스크포스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어 내부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보생명이 참여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교보생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3000억 원대. 3조 원 수준에 달하는 우리은행 인수자금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재무적 투자자를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데 자칫 '승자의 재앙'에 빠질 우려가 있다.

당국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회사라 해도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곳에 은행을 넘긴 사례가 없었다"며 "금융위 입장에선 모험인데,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각종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머지 소수지분 매각 엇갈린 평

경영권 매각이 어렵다면 나머지 소주 지분이라도 잘 팔아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당국의 의지는 강한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특히 은행이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선 입을 모은다. 한 때 수익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11%까지 치솟았던 은행들이 이제는 5~6%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투입 자본 대비 수익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의 ROE도 지난 6월 말 기준 5.9% 수준에 머물렀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앞으로의 영업 및 수익전망도 좋지 않다.

다만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 소수지분 매각만큼은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주가도 지난 8월 1일 1만 4850원(종가 기준)까지 올라 다소 부담스러웠던 반면 지난 9월 30일 1만3050원, 어제(7일) 1만 2750원까지 떨어졌다. 1만 2000~1만 3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우호적인 전망에 힘을 보탰다.

M&A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은행산업에 대한 전망이 모두 좋지 않다. 플레이어들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M&A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고, 비관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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