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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검열논란 2R]날선 대응..묘수? vs 악수?

  • 2014.10.14(화) 18:02

논란 대응 자세, 수비형→강경 어조 변화
전례없는 '감청영장 거부' 여론 향방 촉각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대응 자세가 이전과 완전히 딴판이다. 논란 초기에는 "현행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수사기관에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수비형에 가까웠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바뀌고 어조도 강경해지고 있다. 급기야 '감청영장 거부'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감청영장 거부의 경우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제2의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극약 처방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여론의 동향에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감청영장 거부 방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검열 논란 확대되자 '감청영장 거부' 극약처방

 

다음카카오는 지난 13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과 관련해 "지난 7일부터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만약 감청영장 불응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제가 그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용자 불안이 증폭되고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행렬이 이어지자 대표이사가 감옥에 갈 각오까지 밝히면서 논란 종식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번 논란이 정치권 이슈로 번지는데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는 형국이라 '정면 돌파'로 방향을 잡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메신저 플랫폼 사업을 하는 다음카카오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현행법에 따라 법 체계를 존중하고 따를 수 밖에 없다. 수사 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는 것은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법을 어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이 법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확한 취지는 모르겠으나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음카카오측은 "감청영장 불응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감청을 할 수 있는 장비나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실시간 모니터링'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편법으로 감청에 협조하긴 했으나 이번 기회를 계기로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 거부 근거로 지난 2012년 10월 대법원 판례를 내세우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감청 영장이란 개인의 과거 행적을 뒤지는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앞으로 벌어질 일을 수사하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놓는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가 필요하다. 카카오톡은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실제로 제공한 자료도 '실시간' 대화 내용이 아니라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과거의 내용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감청이 아니었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 의사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도 없고 협조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대법원 판례를 내세우며 "카카오톡 메시지는 감청 대상이 아니다는 판례에도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협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이은 강경대응..고객신뢰 되찾기 '안간힘'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거부' 선언은 해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 다음카카오는 정부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고객정보 내역을 전격 공개한 바 있다. 또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의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명성 보고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업체 사이에선 이미 4년 전부터 도입해 왔으나 국내 업체 가운데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처음이다.

 

투명성 보고서는 정부 수사기관 검열에 대항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구글이 지난 2010년 처음 발표한 이후 트위터가 뒤를 이었다가 전(前)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이후인 지난해부터 참여 기업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들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부담과 괜히 수사기관에 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음카카오의 투명성 보고서 발표나 감청영장 거부 선언은 유관 기관과 별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자칫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 등에 밉보일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가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한 것은 회사 명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사용자 불안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되찾기 어렵고, 이는 곧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왕 논란이 불붙은 상황에서 고객 정보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 여론을 받을 바에야 정부 수사기관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용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 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논란 초기에 다음카카오는 다소 소극적인 대응으로 수사기관에 협조적이란 인상을 받으면서 고객 신뢰를 크게 잃은 바 있다.

 

다음카카오는 후속 대응 조치도 계속 내놓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음카카오측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라며 "최대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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