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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의 교훈

  • 2013.07.01(월) 14:20

"말한 입은 사흘가고, 듣는 귀는 천년 간다"

달달하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좋은 양갱은 팥이 주원료다. 전통 한과로 아는 사람도 많지만 중국에서 기원해 일본에서 발달한 과자다.

양갱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겉포장에 적힌 한자 羊羹(양갱)에 답이 들어있다. 양(羊)은 동물, 갱(羹)은 고깃국이니 바로 양고기 국이라는 뜻이다. 원래 팥이 아니라 양고기 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갱은 14-6세기 무렵에 만들어졌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에 유학했던 일본 승려가 귀국해서 만든 과자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옛날 양고기 국에 포함된 젤라틴 성분을 말랑말랑하게 굳혀 간식으로 먹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지하는데다 당시 일본은 일반인도 고기를 먹지 않았기에 원래의 양갱은 먹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양고기 국물의 젤라틴 대신, 팥 앙금을 넣어 만든 것이 양갱의 시초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일본 에도시대 때 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차와 함께 먹는 과자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의 양갱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양갱을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양갱, 그러니까 진짜 양고기 국 때문에 나라를 잃은 임금도 있었다. 춘추시대에 중산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어느 날, 왕이 나라의 인재를 모두 초청해 잔치를 열고는 양고기 국, 즉 양갱을 대접했다.

 

그 자리에 대부인 사마자기도 참석했는데 준비했던 양고기 국이 모자라 하필이면 사마자기 앞에서 떨어졌다.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사마자기는 화가 치밀어 이웃의 강대국인 초나라로 건너가 중산국의 약점을 알려주며 초나라를 공격하라고 부추겼다. 중산국은 결국 초왕의 공격을 받아 망하고 말았다.

이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산국 왕이 변장을 한 채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평소 믿었던 신하는 모두 흩어져 도망을 갔고, 생각지도 못했던 병사 두 명만이 창을 들고 자신을 호위하며 따라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짐을 버리고 도망갔는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창을 들고 나를 따라오는 것인가?"

왕의 물음에 두 사람이 대답했다. "저희들은 형제간으로 예전 저의 아버님이 굶어 죽을 지경이었을 때 임금님께서 드시던 식은 밥을 나누어 주시어 목숨을 건졌던 일이 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혹시 중산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들은 목숨을 걸고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이렇게 달려와 주군을 모시는 것입니다"

중산국 왕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양이 많고 적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려울 때 베푸는 것이 중요하구나. 남에게 원한을 사는 것은 행동의 깊고 얕음이 아니라 그 마음을 얼마나 상하게 했는지가 문제로구나. 내가 한 그릇의 양고기 국 때문에 나라를 잃었지만 한 그릇의 식은 밥 덕분에 두 용사를 얻었노라"

한나라 유향이 쓴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양갱의 교훈이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듣는 사람에게는 평생 씻지 못할 상처가 될 수 있고, 별 뜻 없이 베푼 조그만 호의가 상대편에게는 일생의 은혜가 될 수도 있다.

 "말한 입은 사흘이 가고, 듣는 귀는 천년이 간다"고 했으니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할 일이다. 양갱에 담긴 기상천외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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