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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의 역습]③조선, 수주금액은 韓 우위

  • 2013.07.01(월) 17:01

수주잔량은 2009년부터 역전 당해

"중국이 한국을 이겼다"

지난 2009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국의 조선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십수년간 한국의 조선산업은 부동의 세계 1위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틈을 타고 중국이 치고 올라왔다.

◇ '중국식 자급자족'으로 한국 제압

중국이 한국을 누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국수국조(國輸國造)'원칙 때문이다. '국수국조'는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자국의 조선소에 대규모로 선박을 발주했고 조선소들은 쉴새없이 선박을 만들어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급속도로 줄었다.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신규로 발주되는 선박의 양이 줄어들자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국수국조' 원칙에 따라 '자급자족'하며 후폭풍을 빗겨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도 중국의 조선업 성장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부동의 1위였던 한국을 제친 여세를 몰아 세계 조선시장 1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이 한국을 능가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 크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조선업체에 돈줄을 대고 있다. 선박을 수주하는데 금융지원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이처럼 치고 올라온 것은 중국 정부가 자국의 조선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 및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선박을 저가로 대량 수주하며 단기간 내에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수주잔량·신규수주량에서도 추월

실제로 지난 2009년 1월 이후 중국은 수주잔량에서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중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7억7803만531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7억1400만6950CGT였다.

지난 2007년 한국의 수주잔량은 6억4972만2771CGT로 중국(5억3159만2669CGT)과의 차이가 1억CGT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양국간의 차이가 4590만CGT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2009년에는 역전됐다.



[자료 : 클락슨(Clarckson) 단위 : CGT]

수주잔량은 각국의 조선업체가 향후 건조할 선박의 양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따라서 수주잔량이 많을수록 앞으로 '먹고 살 거리'가 많다는 의미다. 수주잔량이 역전됐다는 것은 한국의 조선 경쟁력이 중국에게 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월별 수주잔량에서 앞선 것은 지난 2월과 3월뿐 나머지는 모두 중국에게 뒤졌다. 선박 수주 척수에서도 한국은 지난 5월까지 144척을 수주한 반면 중국은 221척으로 한국을 앞서고 있다.

◇ '기술력+구조조정' 中의 매서운 공격

한국 조선업계가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아직 중국의 기술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양적으로는 한국을 앞서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도된 총 52척의 드릴십 중 한국 조선업체가 인도한 드릴십이 88.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이다. 

그렇다보니 수주금액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조선업체들의 누적 수주금액은 128억870만달러다. 반면 중국은 77억470만달러로 한국이 중국에 비해 약 50억달러 이상 앞서고 있다.


[중국 코스코다롄(COSCO Dalian)은 최근 지난 2007년 수주한 드릴십 '다롄 디벨로퍼(Dalian Developer)'호를 인도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조선업체 최초의 드릴십 인도로 중국이 한국의 텃밭이었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도 진출했다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 2년간 조선업황의 침체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이 최초로 드릴십을 인도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대문이다.

또 중국의 조선업 부흥에 큰 힘을 실어줬던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조선소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강력한 힘을 지닌 정부인 만큼 정부 주도로 조선소 통폐합이 가시화될 경우 새롭게 태어날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력은 무시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지금은 비록 기술력에서 한국에 뒤지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기술력 확보에 속도가 붙는다면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을 능가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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