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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의 역습]④철강, 中 재채기에 몸살

  • 2013.07.02(화) 07:19

중국 공급과잉으로 단가인상 어려워

"밀가루 값이 자장면 값보다 더 비싸다"

통상 제품 가격이 원료가격보다 비싼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철강업이다.

세계 철강업계에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중국에 있다. 중국이 철강산업을 민영화하면서 누구나 철강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되자 수백년간 내려온 철강산업의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후죽순 생긴 철강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한 막대한 물량이 각국에 저가로 흘러들었다. 최근 세계 철강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공급과잉은 이렇게 시작됐다.

저가의 중국 제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자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일본의 철강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업황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마당에 중국산 저가 물량이 대거 유입되니 제품가격 인상은 생각지도 못하게됐다. 여기에 원료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 중국 철강사들 "공급 넘치거나 말거나"

지난 5월 세계철강협회(WSA)는 올해 세계 철강재 소비증가율이 전년대비 2.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0월 당시 WSA는 2013년 세계 철강재 소비증가율이 전년대비 3.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전망치는 당시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 등의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 세계 최대 철강 수요국인 중국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철강재 수요는 늘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9000만톤을 넘어섰다. 전년대비 12%, 전월대비 4% 증가했다. 올해는 조강생산량이 10억톤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요는 부진한데 공급은 계속 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세계 철강업계는 중국의 공급축소가 언제 이뤄질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중국 정부가 경쟁력이 없는 중소형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국내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사회적 특성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며 "따라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량 감축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진핑 주석의 산업정책 키워드는 '균형과 질'을 바탕으로 한 산업 업그레이드"라며 "따라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생산능력 축소가 목적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주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 품질 격차도 줄어..철강업체들, 중국 눈치만

통상적으로 3분기는 철강업 비수기다. 수요는 줄어들고 원료가격은 상승하는 시기다. 따라서 원료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얼마나 전가시킬 수 있느냐가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관건이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은 요원한 일이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의 늪이 너무도 깊은 탓이다. 실제로 국내 철강사들이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의 경우 톤당 70만원 중후반대다. 반면, 중국산 매물은 톤당 평균 60만원 중후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철강제품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의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가 없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은 그동안 동결돼 있던 철강재 가격을 올해는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염동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환율 상승과 톤당 원재료가가 오르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원가율이 상승,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적고 중국 철강생산 가동률이 높아 공급초과요인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단가가 상승할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의 국내 유입은 국내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산 철강제품과 중국산 제품간의 품질 격차도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황은연 포스코 부사장은 "과거에는 중국과 한국의 철강 제품 품질 격차가 커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술격차가 3년에서 1년까지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면서 "국내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을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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