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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날다

  • 2013.04.08(월) 13:17


몽골에서 날아온 10대 남매가 K-팝스타2 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찬혁(18) 이수현(15) 남매로 구성된 악동(樂童)뮤지션은 자작곡 다리꼬지마로 경연 초반부터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탈락의 고비도 있었지만 이들의 순수성과 창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K-팝스타2는 악동뮤지션을 위한 멍석이었고, 악동들은 그 멍석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순수

악동뮤지션의 처음은 미미했다. 얼굴도 체격도 오디션 부적격으로 보였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휴대폰 판매원 폴포츠가 그랬듯이 노래를 시작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다리를 꼬고 앉았던 방청객은 다리꼬지마노랫가락에 다리를 풀기 시작했다. 기계음과 후크(반복 후렴구)송에 넌더리가 난 청중들은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맑은 노래에 취해갔다.

 

#창의

다리꼬지마’ ‘라면인건가’ ‘크레센도’ ‘외국인의 고백. 악동뮤지션이 오디션에서 선보인 자작곡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내용은 더 놀랍다. ‘다리 꼬았지, 아니 꼬왔지, 배배꼬였지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노랫말이 알사탕처럼 이어진다. 이찬혁 군은 오디션에 참가하기 전에 48곡을 써놨고 오디션 기간 중에도 곡을 만들어 자작곡이 54개나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웬만한 직업 작곡가도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감동

심사위원 박진영(JYP 대표)은 악동뮤지션이 결승에서 부른 ‘Mmmbop에 대해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심사하면 안 되는 팀이다. 24분음표 노래를 16분음표로 바꿔 불렀고 티가 안날 정도로 새로운 리듬에 적응했다고 평했다. 악동뮤지션은 음악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 노랫말을 쓰는 법도 노래를 만드는 법도. 그래서 박진영은 “(이들은)가슴으로 곡을 쓰고 머리로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조미료를 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센스와 독창성은 가슴 깊은 곳을 울린다.

 

#그리고

악동뮤지션은 우승 상금 3억원과 중형차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SM, YG, JYP 등 국내 3대 기획사 중 한곳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네티즌들은 벌써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둥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선택은 악동뮤지션의 몫이다. 그들이 그들을 있게 해준 순수성과 창의성만 유지한다면 어느 기획사를 선택하든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기획사의 붕어빵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목숨 거는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저그런 경제가 될 뿐이다. 출발도 하기 전에 그런 조짐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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