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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경제색깔과 `내치(內治)의 중국`

  • 2013.07.02(화) 11:09

[임형록의 글로벌 매트릭스]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 이후 중국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고정 축으로 설정하고 그 위에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고정자산투자를 도모하는 ‘쌍끌이 경제 발전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1998년은 중국의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해다.  바로 바오빠(保八) 정책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GDP 성장률 8%를 고수하는 성장지향적인 정책을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중국의 자신감에 미국과 영국은 한 쪽씩 그 날개를 달아 주게 된다. 먼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그린스펀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전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시작했다. 1990년 후반 IT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했다. 더불어 대서양 건너 유럽대륙에서는 유로존이 탄생했고, 공동의 신용 우산을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씌워주기 시작했다. 미국발 유동성에 유로존발 유동성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크게 부풀려졌다.  

한 동안 좋은 흐름이었고, 좋은 상승세였다. 미국과 유로존으로부터 저금리의 자금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를 여기저기 헤집고 돌아다녔고, 엔캐리 자금까지 합세했다. 저금리의 글로벌 유동성 증가는 곧 하나의 외길 수순인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등과 같은 이머징 국가들의 부동산을 끌어 올렸다. 

특히 바오빠 정책하에 급성장세를 시현하는 중국으로의 자금유입이 더 빨라졌고, 글로벌 증시에서도 차이나 붐(China boom)이 연출됐다. 드디어 2006년부터 중국 증시가 불붙었고 2007년 정점에 달했다. 중국의 부동산 역시 동반 급등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부동산 위기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를 강타하자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크게 위축됐다. 바오빠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중국 당국은 2012년 12월 4조 위안에 달하는 1차 경기 부양책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 9월 1조 위안의 2차 경기 부양책이 그 뒤를 이었다.

경제개방 이후 달구어졌던 중국이라는 무쇠 솥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책이라는 화톳불을 들고 나온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비용이었는데, 중국 정부는 약 30% 정도를 담당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비용을 어디서인가 갹출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고, 세 가지 주제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첫 번째 주제어는 중국의 투자주체가 ‘지방정부 + 국영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경기 부양책 재원 마련의 있어 절반 이상을 담당해야 할 의무가 지워진 것이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고 경기를 부양하는 마술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마술은 트릭일 뿐이다.

둘째, 중국의 토지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정부와 협동조합 형태의 관 소유다. 이를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자. 중국은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어디서 개발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까? 토지사용권 매각을 통해 충당하는 구조인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지방정부가 예산부족 및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셋째, 중국은 철저한 관치금융을 사용하고 있다. 관치금융의 두 가지 핵심 축이 ‘대출총량규제’와 ‘예대율 70%룰’이다. 먼저 대출총량규제는 중국인민은행이 매년 대출 가능한 쿼터를 시중은행에게 할당제로 통제하는 규제책이고, 예대율 75%룰은 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75%로 유지하도록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주제어들을 연결해 보면 경기 부양책과 연결된 필연적인 부작용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전제조건은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자금원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다. 그런데 관치금융으로써 대출총량이 제한되어 있고, 예대율을 75%로 고정시켜 두었기에 대출이라는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서는 투자재원을 조달하기가 쉽지않다. 

결국 홍콩을 통해 핫머니들이 유입되었고, 이것들이 `아홉 번 재주를 넘어` 파생상품이나 신탁상품 등과 같은 고수익 고금리 상품으로 둔갑한 후 경기 부양 재원으로 들어왔다. 대출이라는 정상적인 채널이 아닌 비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그 또아리를 크게 틀고 있으니, 이들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고 부른다.

통상 파생상품의 경우 부외거래 즉, 회계장부에서 누락되는 거래인만큼 중국의 금융당국으로써는 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내기가 힘들다. 특히나 지방정부의 경우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더해지면서 그림자 금융의 규모를 급속히 확대시켰다. 국영기업들도 투자재원 확보의 수단으로써 그림자 금융에 주로 의지했다. 

이제 중국의 부채수준을 확인해 보자. 어디까지나 비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재원을 당겨 사용한 만큼 숨어 있는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숨겨진 부채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쌓아올린 금자탑은 `바벨탑`이나 다름없다. 

일단 대외적으로 중국 정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정자산 투자의 한 축인 국영기업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거의 130%에 육박한다. 거기에 숨겨져 있는 지방정부의 부채수준은 약 50~60%에 달한다. 이를 합해 보면 중국의 총 부채는 GDP 대비 200% 이상으로써,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의 규제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는 그림자 금융은 정상적인 대출에 비해 고(高)이자를 담보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2008년과 2012년 총 5조 위안에 달하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실물부진으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내부적으로 부동산 거품이라는 부작용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 인식 하에서 공부론(共富論)을 표방한 시진핑 정부는 철저한 체질개선을 내세우면서 내치(內治)를 지향하고 있다. 즉, 그림자 금융으로 인해 훼손 받고 있는 경제 전반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그동안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연착륙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이 연 초부터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5월 달에 법인세를 거두어들인 이후 6월에는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던 오래된 통례마저도 깨뜨렸다. 이것이 최근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를 흔들었던 중국내 단기금리 급상승의 원인이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그림자 금융과 부동산 거품이라는 두 가지 큰 짐을 양 어깨에 지고 있는 중국 당국의 향후 경제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바오빠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시진핑 정부가 당장에 추가적인 부양책은 꺼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실물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진다면 정책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출구전략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중국이 `내치(內治)의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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