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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국제유가 바닥쳤나?

  • 2014.10.31(금) 07:31

수급 엇박자, 정유사 재고손실 발생
80달러가 바닥 vs 70달러까지 하락

국제유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9월 이후 낙폭이 크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량이 늘어난 가운데 중동 산유국 역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유를 구입할 때보다 판매할 때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마진이 줄어들고, 재고자산에서도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에선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유가, 두달 새 14달러 하락

 

3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제석유시장에서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원유(WTI) 현물 가격은 배럴 당 83.98달러, 85.87달러, 81.4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9월 초와 비교하면 평균 14달러 이상 하락한 수치다. 9월 첫째 주 유가는 각각 99.63달러, 101.22달러, 94.1달러였다.

 

유가하락은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셰일혁명과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늘며 공급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미국은 셰일자원 개발을 통해 하루 원유 생산량이 880만 배럴에 달해 10년 전보다 47% 가량 늘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자신들이 정한 생산한도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OPEC의 하루 생산한도는 3000만 배럴이지만 이달 들어 3100만 배럴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원유 수요는 정체 상태다. 또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돼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장우석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유럽과 중국 등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석유수요가 하향 조정됐다"며 "또 원유 공급이 늘었고,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것도 유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하락은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특히 쌓아놓은 제품의 가치가 하락해 자연스레 손실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이는 원유를 수입해 국내로 들여오는데까지 걸리는 시차 때문에 발생한다.

 

에쓰오일은 3분기 정유사업에서 18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중 710억원이 재고손실이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석유사업 손실 2261억원 가운데 재고평가손실은 1900억원 수준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해 제품 재고 가치가 하락했고 대부분 정유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며 “원유의 원가가 낮아지면 싱가포르 제품가격도 낮아져 정제마진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GS칼텍스나 현대오일뱅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사업 규모가 비슷한 에쓰오일 정도의 재고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바닥이다 vs 아니다 

 

국내 정유업계에선 배럴 당 80달러 초반까지 밀린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유 생산업체의 채산성 마지노선이 80달러 선이기 때문이다. 8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원유를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적자란 의미다.

 

이 때문에 유가가 70달러 선으로 내려가면 일부 생산 기업들이 원유 공급을 중단해 다시 8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우석 실장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 당 80달러 수준이 되면 전체 생산량의 3% 정도를 생산하는 생산업자가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가는 현 수준에서 하방경직성을 확보,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달러화의 강세 등 금융시장의 변화, 투기적 거래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인해 유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원유 공급사들의 한계생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 수준이 바닥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 소비는 줄지만 셰일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공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내년 유가는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석유산업연구소(PIRA, Petroleum Industry Research Associates) 역시 지난 24일 4분기 WTI 가격을 배럴 당 78.40달러로 전망했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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