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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手싸움]①재 뿌려야 이긴다

  • 2013.07.04(목) 14:06

KT대 反KT 진영간 대결구도
KT, 황금주파수 획득에 사활

카드게임 '블랙잭'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첫째는 참가자 각자가 숫자합 21에 가깝게 카드를 만들어 딜러를 이기는 방법이다. 둘째는 딜러를 버스트(숫자합 21을 넘게 만듬)시켜 모든 참가자가 돈을 따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딜러가 패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내달 말 열릴 정부의 주파수 경매도 통신 3사가 각자 원하는 대역을 얻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기 보다는 특정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두 곳이 힘을 합쳐 한 곳과 대결하는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논란의 1.8기가헤르츠(Ghz) 인접 대역을 확보하려는 KT와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반(反) KT 진영 사이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KT는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 구역을 가져가기 위해 사활을 걸 것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를 막기 위해 손을 맞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반 KT 동맹'을 깨고 각자의 길을 찾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투-투(Two-Two) 트랙  

 

정부의 주파수 할당 경매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는 통신 3사가 원하는 블록의 입찰가를 높여가는 동시오름입찰 방식이다. 50라운드로 진행되는 동시오름입찰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2단계 밀봉입찰로 넘어간다. 


동시오름입찰이란 말 그대로 동시에 입찰가를 적어내게 하고 낮은 입찰가를 쓴 업체에게 상대방 입찰가를 알려줘 더 높은 입찰가를 써내게 하는 것이다. 낮은 입찰가를 낸 업체가 포기하면 경매는 끝난다. 밀봉입찰은 모든 입찰자가 한차례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운데 최고가를 제시한 사업자에게 낙찰하는 방식이다. 

[도표출처:KDB대우증권]


또한 정부는 현재 두 종류의 밴드플랜(band plan)을 제시해 놓고 있다. 각각 2.6㎓ 대역 40㎒폭 2블록(A1·B1)과 1.8㎓ 대역 35㎒폭 1블록(C1)을 묶은 '밴드플랜1'과 2.6㎓ 대역 40㎒폭 2블록(A2·B2)과 1.8㎓ 대역 35㎒폭 1블록(C2), 1.8㎓ 대역 15㎒폭 1블록(D2)을 묶은 '밴드플랜2'다. 이처럼 두 개의 밴드플랜을 두 가지 경매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서 이번 경매를 '복수밴드 혼합경매' 방식이라 부른다. 
 
◇ 피 말리는 50라운드

경매에 참여하는 통신 3사는 한 라운드당 두 개 밴드플랜에서 원하는 블록을 선택해 입찰한다. 총 7개 블록 중 자기가 원하는 블록에 입찰가를 적어 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입찰가를 높게 불렀다고 해당 블록을 바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다. 원하는 블록을 포함한 밴드플랜이 살아남아야 하는 등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매 라운드마다 밴드플랜1의 입찰 최고가 합계와 밴드플랜2의 최고가 합계를 비교해 둘 중 액수가 높은 쪽을 승자 밴드플랜으로 정한다. 이때 각각 밴드플랜의 입찰가 합계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주파수 블록의 최저입찰가도 합산한다. 예를 들어 1라운드에서 KT가 밴드플랜2에 속한 D2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 속한 A1과 C1에 각각 입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밴드플랜2의 입찰가 합계가 밴드플랜1 합계보다 많으면 밴드플랜2가 살아남는 것이다. KT가 D2 블록에 제시한 입찰가도 유효하다.  

밴드플랜2가 살아남았다 해도 참여자들이 하나의 밴드플랜에 모이지 않고 분산된 상황이라 경매는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만약 경매가 다음 라운드로 가지 않고 종결하려면 참여자 모두가 하나의 밴드플랜에 온전하게 모여 서로 다른 블록에 입찰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1라운드 혹은 라운드 초반에 하나의 밴드플랜에 통신 3사가 사이좋게 블록을 나눠 갖고 경매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 3사가 원하는 밴드플랜이 엇갈리는데다 하나의 밴드플랜에 모인다 해도 한개의 블록을 놓고 최소 2곳이 경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가 2단계인 밀봉입찰까지 갈 확률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밀봉입찰은 모든 입찰자가 한 차례 가격을 제시하고, 그 중 최고가를 제시한 사업자가 낙찰된다. 단 한번의 입찰로 끝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 일찌감치 시작된 공세

경매 방식이 복잡하게 설계된 것은 특정 주파수 대역을 둘러싼 통신 3사의 이해가 크게 엇갈려 쉽게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주파수 대역은 1.8㎓(폭 15Mhz)이다. 주파수는 쉽게 말해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다. KT는 이미 1.8Ghz 대역을 주력 주파수로 갖고 있는데 추가로 할당 받으면 도로폭을 넓혀 더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파수의 광대역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KT는 별도의 장비 투자를 할 필요없이 통신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KT 이용자도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고 기존 단말기로 LTE보다 두배 빠른 LTE-A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게임을 앞두고 KT의 경쟁사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KT가 이 대역을 가져가면 앞으로 발생할 이익이 무려 7조원이나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역 자체가 경매에 나온 것을 놓고 'KT에 대한 정부의 특혜'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3일 'LTE 주파수 할당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고 "KT의 인접대역을 의미 있는 조건 없이 경매안에 반영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할당 방안이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천문학적 과열 경매를 불러오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KT 노조 역시 이날 신문지면 광고를 내고 "정부가 내놓은 할당안은 치명적인 제도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곧 LTE 시장에서 KT의 퇴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KT가 밴드플랜2를 가져가더라도 경쟁사들은 B2, C2 대역을 최저가로 확보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KT는 경쟁사 대비 5~6배가 넘는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하게 돼 결국 ‘저주받은 승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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