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Inside story] 싱글세?..지금도 많이 낸다구!

  • 2014.11.13(목) 19:35

싱글 소득세, 4인 가구의 최대 15배..공제혜택 없어 '찬밥'
독신 월급 114만원부터 세금..4인가구는 189만원

최근 정부가 독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싱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농담 수준의 이야기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어쨌든 독신자들은 상당히 마음 언짢아했고, 여론도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싱글세를 도입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현재의 독신가구 세부담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독신 근로자는 가족이 많은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소득공제 혜택을 가족이 많을수록 유리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독신 가구 근로자가 매월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는 4인 가구 근로자보다 최대 15배까지 더 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기에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될텐데요. 이런 점만 봐도 싱글세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월급 적을수록 서럽다

 

근로자들은 매월 회사에서 월급을 받을 때 일정 금액의 소득세를 떼게 됩니다. 회사에선 국세청의 간이세액표를 이용해 원천징수할 세금을 정하는데요. 최근에는 간이세액표를 실제 근로자의 세액과 유사하게 만들고 있어 연말정산에서 환급받을 소득세가 적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간이세액표를 보면 부양가족 수와 월급에 따라 소득세액이 명시돼 있습니다. 부양가족이 자기 자신밖에 없는 1인가구, 즉 독신 근로자는 월급이 114만원을 넘으면 소득세를 내야합니다. 세금을 내야하는 기준점과 같은 개념인데, 만약 월급이 113만원이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셈이죠.

 

그런데 가족 수가 많아질수록 소득세의 기준점도 높아집니다. 자녀 한 명을 두고 있는 싱글맘, 즉 2인 가구 근로자는 134만원부터 소득세를 냅니다. 전업주부와 자녀 1명을 둔 3인 가구 근로자는 172만원이고, 4인 가구는 189만원까지 면세 기준점이 올라갑니다.

 

◇ 이미 소득세는 많이 낸다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월급 189만원인 4인 가구 근로자는 소득세를 1000원만 내는 반면, 같은 월급의 독신 근로자는 매월 1만5800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15배가 넘는데요. 굳이 싱글세를 새로 만들지 않더라도 독신 근로자는 충분한 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얘기죠.

 

월급 200만원일 경우 독신 근로자는 1만8000원, 4인 가구 근로자는 3000원으로 약 6배의 차이가 납니다. 월급이 300만원이면 독신과 4인 가구 근로자의 차이는 3배(독신 8만원, 4인 가구 2만6000원), 월급 400만원이면 2배(독신 20만원, 4인 가구 10만원)로 계산됩니다.

 

월급이 많을수록 독신과 4인 가구의 소득세 차이가 줄어드는 이유는 가족 수가 많더라도 공제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의료비나 교육비 등의 특별공제 종합 한도는 25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세금을 더 깎을 수도 없는데요. 실제로 월급이 1000만원인 근로자는 독신이 152만원, 4인 가구 122만원으로 간격이 좁혀집니다.

 

 

◇ 가족 많을수록 공제 풍성

 

싱글은 왜 이렇게 많은 소득세를 내고 있을까요.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에 비해 도무지 공제받을 항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말정산의 첫 출발인 기본공제는 배우자와 부양가족에게 1인당 150만원의 공제를 적용하고, 만 70세 이상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도 100만원의 공제를 더 얹어줍니다.

 

부양가족이 4명이라면 기본공제에서부터 600만원을 안고 출발하지만, 독신가구는 본인 150만원 공제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의료비나 교육비도 부양가족이 지출한 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고, 자녀 수에 따라서도 추가로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이 많을수록 연말정산 환급액이 많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부양할 가족도 없고 의료비나 교육비도 쓴 내역이 없는 근로자는 표준세액공제(연 12만원)가 거의 유일한 세금 혜택입니다. 정부의 소득공제 확대 정책은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는데요. 가족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쓰는 비용을 세금에서 공제해주고 있지만, 그 사이 독신 근로자들은 소외되고 있었던 겁니다.

 

◇ 도입 가능성 '제로'

 

정부가 만약 싱글세를 굳이 도입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요. 일단 싱글세를 부과할 나이를 설정해놓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싱글들에게 세금을 매겨야 하겠죠. 노총각이나 노처녀에 대한 나이 기준을 정부가 정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만약 이혼으로 '돌아온 싱글'이 되는 경우에도 세금을 피해갈 수 없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사별로 헤어진 경우, 별다른 소득이 없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등에는 예외 조항도 두지 않으면 엄청난 조세 저항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얼마씩 걷어야 할지도 중요한데요. 세금이 무서워서 결혼을 할 정도의 유인을 주려면 꽤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겠죠. 소득을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면 고액 연봉의 골드미스들은 막대한 소득세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증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극도로 민감한 박근혜 정부가 '마른 장작'과 같은 싱글세를 도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