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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톡톡]죽은 오리털로 '환경'을 담다

  • 2014.12.04(목) 09:50

아웃도어 파타고니아 '착한' 마케팅 성공사례
단순 기부활동 아닌 브랜드 철학 중요성 커져

기업은 좋은 상품·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린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 모든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상품·서비스 각각의 장점 보다는 하나의 일체화된 이미지, 즉 브랜드를 인식하는게 일반적이다. 결국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드 전략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본다.[편집자]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7년 1조5000억원에서 작년 6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패션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해도 아웃도어 만큼은 예외로 통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한 둘이 아니다. 예전에는 아웃도어 대표 상품이 고작 3∼4개였지만 지금은 십여 개에 달할 정도다. 브랜드를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차고 넘치다 보니 결국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블랙야크는 올 가을 출시한 신제품 다운재킷을 20∼30%씩 할인하기 시작했다. 재고상품도 아니고 최근 출시한 신세품을 깎아 파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의 큰 손들이 이 정도니 중소 브랜드들은 죽을 맛이다.

 

LF 인터스포츠와 이랜드 버그하우스는 아예 올 연말까지 관련 사업을 접기로 했다. 스페인 아웃도어 터누아를 판매하던 라페스포츠는 기업회생절차에 있고, 노티카 아웃도어의 아마넥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정그룹도 센터폴 아웃도어 조직을 축소했고, 네파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당초 목표했던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소비자에게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확실한 브랜드 철학을 내세워 장사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브랜드에 경영철학을 심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방식이다. 바로 파타고니아(patagonia) 이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 미국의 한 유명 산악가에 의해 설립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는 이른바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동영상으로 제작한 '다운의 진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자'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에서 다운과 깃털을 채취하지 않는다. 유통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살아있는 상태 또는 털갈이 시기에 있는 거위와 오리의 털을 채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도축장에서 이미 식용으로 도축된 거위와 오리에서만 채취한다.

 

푸아그라 생산을 포함해 강제로 사육한 거위와 오리에서도 깃털을 채취하지 않는다. 이 회사에 깃털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은 거위와 오리를 키우는 과정을 공개하고 국제 동물복지 실천규약을 따라야 한다. 다운과 깃털을 식품산업의 부산물로 본 것이다.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채취 과정이 잔인해 질 수 있어, 가장 엄격한 기준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또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환경을 위해 기부한다. 신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도 한다. 되도록이면 옷을 오래 입고, 쓰레기장에 버려진 옷도 재생해 새옷으로 만든다.

 

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일부 마니아층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십여 년 된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도 오히려 멋있어 한다. 이 회사 제품을 구입하면서 자신도 환경운동에 일조했다는 동질감을 형성한다. 제품 기능이 비슷하다면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인터브랜드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내년에 지속가능경영으로 쓸 예산은 약 10조원 이다. 직원중 62%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 좋은 기업에서 일하길 희망하며, 국민의 66%는 CSR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즉 브랜드 선호는 제품 구입과 로얄티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문지훈 인터브랜드 코리아 대표는 "파타고니아는 진정성 측면에서 성공한 브랜드 마케팅 사례"라며 "이처럼 착한 브랜드 마케팅은 그냥 좋아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가 가져야 할 필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아이워치' 아니라 '애플워치'가 된 이유

 

애플은 그동안 전략 스마트 기기의 브랜드를 '아이(i)' 시리즈로 이어갔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웨어러블 시계의 브랜드는 아이워치가 아닌 애플워치로 지었다. 때문에 통일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플이 설명한 표면적 이유는 종전과 다른 인터페이스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상표권 분쟁에 있다.

 

애플은 일본, 멕시코 등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아이워치 브랜드를 등록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2개 회사가 이미 아이워치라는 브랜드를 사용중이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아이워치와 비슷한 브랜드를 사용 중인 전세계 50여개 회사는 애플이 아이워치를 브랜드로 등록할 것에 대비해 법적싸움을 선언했다.

 

특히 2009년부터 디지털 시계 브랜드 아이스와치(iSwatch)를 사용중인 스와치는 첨예한 법적다툼을 예고했다. 결국 애플은 각국에서의 법적 공방을 피하기 위해 아이워치를 포기했다.

 

이처럼 브랜드는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중요한 경영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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