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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김승연 회장 "그것은 그 집 사정"...뭐지?

  • 2014.12.04(목) 18:15

 

김승연 회장의 말이 요상합니다. '아'라고 말했는데 '어'라고 알려진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김승연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마주쳤습니다. 김 회장은 연초 집행유예를 받고, 봉사활동이 마무리된 만큼 경영복귀 시점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김 회장의 본사 출현은 충분히 주목을 끌만한 일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김 회장의 퇴근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5시 조금 넘어 김 회장이 나타났고, 몇마디가 오갔습니다.

 

건강과 사업 전망을 묻는 질문과 답에 이어 얼마 전 결정된 삼성과의 빅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회장은 "기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특히 김 회장은 삼성 직원들이 매각에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것은 그 집 사정"이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미 계약은 체결됐고, 한화는 이를 이행하면 될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 발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이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로 변해버렸습니다. 현장에서 김 회장을 만나지 못했던 대부분 언론들은 한화그룹이 설명한 대로 김 회장이 이렇게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현장에서 김 회장의 발언을 직접 들은 기자들은 '호갱님'이 돼 버렸습니다. 졸지에 다른 말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된 셈이죠.

 

지금도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김 회장의 발언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면 삼성 직원들의 반발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그 집 사정"이라는 소수의 대답과 "삼성이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는 다수의 대답이 나옵니다. 같은 질문에 두개의 답인 셈이죠.

 

왜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요? 한화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발언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집 사정"이라는 답과 "삼성이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는 표현이 주는 차이는 누가 봐도 제법 큽니다. 그것도 한화그룹 총수의 말인데 말입니다.

 

한화그룹의 말대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배경과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면 그 자체에 머물렀어야 합니다. 특히나 전달과정에서 회장 발언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직접 들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죠.

 

과거 현장에서 본 김 회장은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례에서 보듯 성격만큼 발언도 직선적입니다. 아마 이날의 발언도 그렇게 나왔을 겁니다.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고, 김 회장의 복귀를 놓고 여론이 갈리고 있는 등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주변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회장 발언 자체를 바꿔버린 이날 한화그룹의 '용기'는 과연 김 회장을 위한 것일까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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