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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진화]②빵집 덕에 명품이 웃는다

  • 2014.12.08(월) 14:56

비주류였던 식품, 백화점 주력 상품으로
"집객효과 뛰어나" 명품매출도 끌어올려

지난 5일 오후 2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도지마롤(생크림이 들어있는 일본의 롤케이크)로 유명한 두평 남짓 규모의 '몽슈슈'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약 10분간 들른 손님이 30명이 넘었다. 친구와 함께 그 앞을 지나던 한 여성은 "아, 그거?"하며 고개를 돌렸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곳은 신세계 강남점의 대표적인 명소다. 하루 3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5시30분) 도지마롤을 채워놓지만 갖다놓기가 무섭게 팔린다. 서울 사당동에서 온 김미경(34) 씨는 "맛은 좋은데 가격이 좀 비싸다"면서도 1개당 1만8000원짜리 도지마롤 2개를 사갔다. 몽슈슈는 한사람이 구입할 수 있는 도지마롤을 4개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준비한 물량이 다 팔려 찾아온 손님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다고 한다.

 

▲ 지난 5일 방문한 신세계 강남점 지하1층 '몽슈슈' 매장.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 식품의 급부상, 해외브랜드 제쳐

▲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 문을 연 '성심당 케익부띠끄'. 화장품이나 명품을 파는 1층에 빵집이 둥지를 틀었다.

불황에 시달리는 백화점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로 식품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엔 쇼핑이 끝난 뒤 잠시 둘러보는 곳이 식품관이었다면 지금은 식품관을 가려고 백화점을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백화점의 핵심 아이콘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0년 백화점 매출에서 10% 안팎을 차지하던 식품 매출비중은 올해 상반기 14.3%로 커졌다. 여성캐주얼(12.5%)·아동스포츠(14.1%)·해외브랜드(12.1%)보다 더 큰 비중이다.

화장품이나 명품 위주의 백화점 1층 풍경을 바꾼 것도 식품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 루이비통 매장 근처에는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가 영업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대전점 1층 안에 빵집인 '성심당 케익부띠끄'를 들여놨다. 윤향내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는 "상징성이 큰 백화점 1층에 디저트 단독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신세계는 본점 지하 1층의 스타벅스 매장을 빼고 그 자리에 떡방을 들여놓기도 했다.

 

◇ 손님 모으고 차별화 효과도

백화점들이 식품분야를 강화하는 것은 집객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을 새단장한 뒤 식품매출은 전년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본점의 명품 매출도 9.2% 신장했다는 점이다.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도 식품관 리뉴얼 이후 석달간 식품매출은 56.5%, 명품은 11.7% 각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몰 출입구 쪽에 베이커스필드, 더브라운큐브 등 베이커리 브랜드를 집중 배치해 이른바 '강남 아줌마'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맛집을 모시려고 몇년씩 공을 들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있는 미국의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는 하루평균 1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점포다. 롯데백화점은 이 점포를 데려오는데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난 10월 문을 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는 이탈리아 고급식품관인 '펙(PECK)'이 자리잡았다. 펙은 식품부문장·식품팀장·상품기획자 등 롯데 관계자들이 이탈리아 밀라노를 30여차례나 찾아간 끝에 모셔올 수 있었다고 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패션과 잡화에 비해 객단가는 낮아도 백화점만의 특색을 드러내고 차별화하기에 맛집 만큼 좋은 것도 없다"며 "유명 맛집을 데려오려고 백화점끼리 경쟁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식품관도 브랜드시대' 고급화 시동


백화점들은 식품관의 명품화도 꾀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는 식품관을 '신세계 푸드마켓'이라고 부른다. 흔하디 흔한 식품관이라는 명칭 대신 신세계만의 독자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이름을 바꿨다. 진열대는 낱개 진열 대신 구매욕을 자극하는 벌크형 진열로 바꿨고, 직원들의 복장도 호텔직원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변화를 줬다.

 

임훈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린 후 식문화가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며 "백화점에서도 식품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어 신세계만의 차별화된 푸드마켓을 브랜드화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백화점 식품관은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낱개 포장 대신 벌크 진열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신세계 본점 푸드마켓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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