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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디아지오 막자..외양간 고치는 관세청

  • 2014.12.09(화) 11:41

관세청, '다국적기업 입증책임' 연구용역 진행중
본사와의 수입가격 자료제출 의무화..입법안 마련

다국적기업의 교묘한 세금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관세청이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1위 위스키업체 디아지오와 세금 문제로 10년째 싸우면서 겪은 애로사항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지사가 해외 본사로부터 수입한 물품의 가격을 조작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면 별다른 대책이 없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납세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특수관계자 수입거래 관련 합리적 입증책임 배분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이 465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발주한 용역은 오는 12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용역이 완료되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수입물품 가격에 대한 입증 책임을 조정하기로 했다. 과세관청에 쏠려 있는 입증 책임을 납세자와 적절히 나눠서 균형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제2의 디아지오를 막기 위한 관세청의 '외양간 고치기'가 시작된 것이다.

 

◇ "패소율 41%, 좌시할 수 없다"

 

최근 다국적기업의 세금 문제는 관세청에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원에선 과세 요건에 대한 입증 책임이 관세청에 있기 때문에 '증거 불충분'으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다.

 

다국적기업의 수입 가격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관세청이 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11년 23%에 불과했던 다국적기업 인용률(납세자 승소)은 23%였지만, 2012년 32%에 이어 지난해에는 41%로 치솟았다.

 

관세청은 다국적기업의 수입가격 조작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만, 세금을 줄여야 하는 기업이 성실하게 자료를 내줄리가 만무하다. 그렇다고 관세청 직원들이 해외 본사와 국내 지사를 오가며 조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국적기업 입장에선 최대한 버티다가 과세불복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아지오코리아의 세금 분쟁이다.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수입한 위스키 가격이 경쟁업체의 절반에 불과한 사실을 포착하고, 원가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디아지오가 제출한 자료는 신빙성이 떨어졌고, 관세청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과세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과세 금액은 5000억원대로 불었지만, 법원에선 아직도 선뜻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이제 모르쇠는 안 통해"

 

보고서에는 과세관청에 일방 편중된 입증 책임을 납세 의무자에게 전환하는 입법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수관계자인 본사와 지사가 수입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조세회피를 위해 불리한 자료를 은닉하거나 회피하지 못하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과세관청의 입증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납세의무자 입장에서 보유자료를 기초로 거래가격의 진실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내놓을 계획이다. 즉 납세자가 수입물품 원가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입증에 대한 책임도 지게 만든다는 의미다.

 

관세청 관계자는 "납세자 입증 책임에 대한 해외 사례를 연구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납세자의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법적 절차가 있는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아지오만을 겨냥한 입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는 전반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많다"며 "특정 업체에 포커스를 맞췄다기보단, 전세계적으로 다국적기업에 대한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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