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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연말정산 乙의 비애

  • 2014.12.10(수) 13:36

회사 실수로 누락해도 100% 직장인 책임
가산세도 꼬박꼬박 납부..국가는 '무이자' 특혜

연말정산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부터 의료비나 교육비, 보험료, 월세 등의 주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신고서를 쓸 때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환급액을 늘리기 위한 절세 전략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맞벌이 부부는 연봉이 많은 쪽에서 부양가족 공제를 받아야 절세 효과가 크다는 얘기는 이제 웬만한 직장인들도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직장인의 입장에서 연말정산은 매우 번거로운 일입니다. 어려운 세무 용어를 읽어가면서 신고서를 쓰는 것도 골치 아픈데, 매년 바뀌는 복잡한 세법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그냥 알아서 해줘도 될텐데 말이죠.

 

해마다 1000만 근로자를 수험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연말정산이 진정 직장인을 위한 것일까요. 표면적으로는 매월 뗀 소득세에서 부득이하게 사용한 비용들을 감안해 세액을 줄여준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연말정산 규정을 살펴보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 연말정산에 우는 직장인

 

서울 방배동에 사는 직장인 윤모씨(37세)는 얼마전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연말정산을 하면서 소득이 100만원 정도 누락됐는데, 이에 대한 세금 20만원을 더 내라는 통보였는데요.

 

알고 보니 지난해 회사를 옮길 때 경리 담당자의 실수로 전 직장의 소득이 적게 씌여진 것이었습니다. 윤씨는 회사에서 알려준대로 썼을 뿐인데, 무신고와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죠.

 

소득이 잘못된 부분은 수정신고해서 세금을 내면 그만이지만, 가산세까지 무는 건 억울했습니다. 이의신청을 해보려고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을 찾아보니 유사한 사례가 수두룩했습니다. 더 황당한 사실은 100% 납세자 패소, 즉 세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0%라는 겁니다.

 

한 직장인은 똑같은 문제로 대법원까지 갔는데요. 가산세를 돌려받을 순 없었습니다. 연말정산 오류에 대한 최종 책임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아니라 근로자 본인에게 있다는 게 법원의 해석입니다. 법에 그렇게 나와있기 때문에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건데, 이 판결은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나 국세청 심사청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 국가는 '甲', 직장인은 '乙'

 

연말정산에서 억울하게 가산세를 물지 않으려면 회사에서 받은 월급 내역과 원천징수 영수증을 꼼꼼히 대조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국가에선 세무 신고가 잘 되었는지 여부만 판단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가산세까지 매겨서 받아내면 그만입니다.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받지 않는 셈이죠.

 

반대로 국가가 잘못했다면 납세자에게 가산세를 냅니다. 국세청이 세금을 과다하게 매기면 예금이자 개념의 '국세환급가산금'을 돌려주는데요. 국가가 납세자의 돈을 가져갔던 것인 만큼, 은행에 넣뒀을 경우의 이자 정도는 보상해준다는 얘깁니다.

 

연말정산 환급액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1년간 소득세로 100만원을 뗀 직장인이 연말정산해보니 결정세액이 50만원 나왔다면, 국세청으로부터 50만원을 환급받아야 할텐데요. 환급액 50만원은 분명히 국세청에서 보관하던 금액인데, 정작 돈의 주인인 직장인에게 따로 이자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근로소득자들은 국가에서 무이자로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연말정산을 하고 있는 겁니다. 법인세 중간예납이나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와 같은 제도 역시 국가가 세금을 미리 떼 가는 개념인데, 따로 이자는 주지 않습니다. 세금을 받는 국가는 '갑'이고, 정작 세금을 내는 납세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세무당국에서도 이런 논리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자를 내주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더 내야할 직장인에게 이자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합니다. 당장 근로소득자들에게 일일이 환급 이자를 내주면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규정을 고치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엔 철두철미하게 가산세까지 챙겨 받는 국가가 납세자의 돈을 가져다 쓸 땐 너무 관대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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