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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의 구분

  • 2013.07.09(화) 10:02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보다는, 대상자산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를 하여야 초과수익을 바라볼 수 있고, 적어도 초과손실은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일은 성공투자의 필요조건이 된다.
 

투자(investment)는 경기변동이나 기술혁신에 따라 대상자산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변동에 따른 차익을 예상하고 사거나 파는 일이다. 투기(speculation)는 대상자산의 본질가치보다는 유동성 팽창·축소 같은 시장 수급요인에 따른 가격변동을 노리고 차익을 기대하는 매매 행위다. 도박(gamble)은 막연하게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리는 뇌동매매는 투자도 아니고 투기도 아닌 우연을 바라고 베팅하는 도박과 같은 행위다. 도박장(house)에서는 도박장 개설자가 일정비율을 비용으로 떼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보아야 한다. 예컨대, 카지노 룰렛게임의 배당확률은 35/36으로 배팅 금액의 1/36은 하우스 사용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한때 이름을 날리던 유명 도박사들도 인생 후반에는 거의 다 빈털터리가 되는 까닭이다. 만약 악덕업자가 확률을 조작하면 파친코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조심스런 투자를 하다가도 어느 사이에 투기적 행동을 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세계에서 투자와 투기 행위는 동시에 벌어지거나 연속하여 나타나기 쉽다.

 

예를 들어 경기저점에서 유동성을 완화하면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시장보다 먼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소위 「유동성장세」가 벌어진다. 그리하여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차익을 노리는 부동자금이 몰려들어 쏠림현상이 나타나며 거품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시중에 풀린 자금은 시차를 두고 실물시장으로 유입되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주가상승에 따른 부의효과(wealth effect)가 소비수요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는 플러스 섬(plus sum) 게임, 투기는 제로 섬(zero sum)게임, 도박은 마이너스 섬(minus sum) 게임에 가깝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듯이 투기와 도박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본질가치를 중시하다가도 어느 사이에 투자보다는 투기적 행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리저리 맹목적으로 휩쓸리는 도박과 같은 행태를 보이다가 경제적 패자로 전락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동향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효율적 주식시장에서 실물경제를 반영하여 주가가 형성된다고 가정하면, 경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기에, 개별 주가는 몰라도 종합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모습을 보면 경제여건과 상관없이 급등락을 반복하여 종합주가지수는 기형적 W자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이 본질가치에 의하여 변동하기보다, 거품 형성과 소멸이 심하여 널뛰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합리적 판단에 의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투기가 판치는 시장인지 의문이 간다.
 

예컨대, 별다른 경제적 충격이 없는 상황에서도, ‘01. 9. 종합주가지수는 468에서 출발하여 불과 7개월만인‘02.4에는 937까지 100%이상 급상승하였다가, 11개월 후인 ‘03.3에는 515로 45%가량 폭락하였다. 이처럼 급등락이 빈번한 시장에서 정보의 수집·분석 능력에서 뒤지는 개인이 무리한 투기거래에 휩쓸리다가는 손실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어김없는 사실은, 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급등락이 심한 시장에서야말로 초과수익을 올리기 또한 쉬운 일이다. 균형을 이탈하여 높게 올라가거나 지나치게 낮게 내려간 비정상적 현상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시차를 두고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단기투기자가 아닌 훈련되고 인내심 있는 투자자만이 시장가격이 본질가치를 밑돌 때 사서, 거품이 팽창하였을 때 팔 수 있다.
 

아무리 본질가치(fundamental)를 중시하더라도, 욕심이 지나치면 더 낮은 가격에 사려다가 매수기회를 놓치고, 더 높은 가격에 팔려다 또한 매도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냉정한 판단과 과단성 있는 투자자만이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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