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대그룹신용진단]①大業지탱하는 빚 '180조'

  • 2013.07.09(화) 13:42

삼성·현대車만 '무차입 경영'…LG도 현금창출 양호
동부·두산 등 7개 그룹, 차입금 감당 능력 부족

전세계로 퍼진 장기불황과 저성장 국면 속에 위기를 맞는 그룹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웅진그룹이 무너졌고 최근 STX그룹은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자본시장이 겪은 충격은 개별기업의 부도보다 몇 갑절 더 컸다. 신용평가사들도 나름의 분석 틀을 갖고 개별 기업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지만, 그룹의 도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빚을 많이 낸 기업이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계열 기업의 신용으로 돌려막는 악순환이 그룹의 위험을 자초했다.
그룹 신용에 대한 위기 의식이 점점 커져가는 시점에서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10대 그룹의 재무 현황을 채무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춰 그룹별로 진단하고, 자본시장의 신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

 


[출처: 한국신용평가-각사 2012년말 재무지표 기준]

 

◇ 모아보면 탄탄한 재무구조


그룹의 채무상환능력은 차입금의 규모와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에 따라 좌우된다. 차입금은 늘고 있는데 영업활동이 저조하면 채무상환능력이 점점 악화된다. 버는 돈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면 채무상환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징후다.

 

반대로 차입금보다 유동화시킬 수 있는 현금이 많거나, 영업활동으로 원리금을 갚아낼 수 있다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지배구조나 사업의 안정성도 채무상환능력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9일 한국신용평가의 '2013년 그룹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그룹(동부, 두산, 롯데, 삼성, 한화, 현대차, CJ, GS, LG, SK)이 자본시장으로부터 빌려온 총차입금은 모두 합쳐 178조원이었다. 딱 와닿지 않는다면 2010년 한해 정부가 걷은 세금 규모와 똑같다고 이해하면 쉽다.

 

총차입금에서 현금과 단기예금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77조원으로 약 100조원이 빠졌다. 10대 그룹이 실제로 갚아야 할 금액이다. 차입금을 갚을 능력은 영업현금창출력(EBITDA)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데, 지난해 10대 그룹의 EBITDA 합계는 114조원이었다.

 

10대 그룹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벌어들인 현금의 2/3 수준이었다. EBITDA로 빚을 모두 갚고도 30조원 넘게 남긴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은 평균 128.7%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 떼어보면 채무상환力 천차만별

 

10대 그룹을 모아보면 재무 상황이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그룹별로는 편차가 극심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무차입 경영'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두 곳만 실현해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차입보다 현금이 더 많은 상태로 그 규모만 16조원에 달했고, 현대차그룹은 1조원의 마이너스 차입을 기록했다. 나머지 8개 그룹은 실제로 갚아야 할 순차입금이 최소 5조원에서 29조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순차입금 14조원을 기록했지만, 연간 영업현금창출력은 15조원이었다. 지난해 1년간 번 돈으로 빚을 다 갚고도 1조원을 남길 수 있다. 반면 다른 그룹들은 순차입금을 영업현금창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동부그룹은 순차입금(5조5000억원)이 영업현금창출력(5550억원)의 10배에 달했다. 매년 벌어들인 돈으로 원금만 갚는다고 해도 꼬박 1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부채비율 역시 253.5%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만도 4000억원을 웃돌면서 영업현금의 대부분을 이자 갚는데 썼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 205.7%를 기록한 두산그룹은 영업현금창출력보다 순차입금이 5배 많았다. 한화와 GS그룹 역시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이 5~6배 수준이었고, CJ는 3배, 롯데와 SK는 각각 2배였다. 그룹 전반이나 계열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녹록치 못한 실정이다.

 

그룹 계열사의 신용도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던 신용평가사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웅진과 STX그룹의 예기치 못한 사태에 이어 자금 사정이 악화된 일부 그룹에 대한 시선이 예전같지 않다"며 "해당 그룹은 자금 상환에 대해 명확한 스케쥴과 능력을 보여주는 등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