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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이 가야할 길

  • 2013.07.10(수) 10:48

박근혜정부의 국책사업인 행복주택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20일 서울 목동지구 등 7곳(1만50가구)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발표했다. 목동지구(2800가구) 잠실지구(1800가구) 송파지구(1600가구) 오류지구(1500가구) 가좌지구(650가구) 공릉지구(200가구) 고잔지구(1500가구) 등 대부분 요지로 꼽히는 곳이다.

당시만 해도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다. 신혼부부, 대학생, 저소득층을 위해 값싼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의 울림이 컸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철도부지와 유수지는 노는 땅이어서 수용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장점도 있다. 

서 장관은 이런 기세를 몰아 6월 중순에는 행복주택 SNS 간담회도 가졌다. 정부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네티즌 여러분은 ‘좋아요’를 많이 눌러달라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주민과 지자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그냥 해보는 반대가 아니다. 목숨 걸고 막겠다는 입장이다. 목동지구가 있는 양천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2만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국토부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렇게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곳이 7곳 중 6곳이다. 서대문구 가좌지구만 잠잠하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교통 혼잡 ▲학급 과밀화 ▲홍수 피해 우려 ▲임대주택 공급과잉 등이다. 물론 속내는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겉만 보면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님비로만 몰아가면 일은 풀리지 않는다. 주민들의 합리적인 주장은 반영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한다.

정부는 일방통행식 일처리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시범지구를 지정하기 전에 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토지를 수용하는 것도 아니고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임대주택을 짓는 일인데 굳이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었다. 결국 이런 생각이 일을 그르쳤다. 목적이 선의라도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이 터진 뒤의 대처 방식도 아마추어 수준이다. 국토부는 “주민들이 사업 내용을 몰라서 반대한다”고만 탓할 뿐 뒷짐만 지고 있다. 서 장관이 직접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주택이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에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년 5만 가구씩 공급해야 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하지만 시범지구 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20만 가구는 언감생심이다. 목표 물량의 절반이라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구 선정 방식과 절차 등 업무추진 프로세스를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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