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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피하자'.. MK가 쪼개서 출연한 사연

  • 2013.07.10(수) 11:36

출연 약속 이노션 지분 절반만 증여
주식기부 10% 이상에 부과되는 증여세 탓

정몽구(MK)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회 환원을 약속한 이노션 지분을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넘겼다. 하지만 출연한 이노션 지분은 처음 약속한 것의 절반 뿐. 정 회장이 약속한 지분의 절반만 우선 넘긴 것은 기부주식에 부과되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 지분 20%(36만주) 중 10%를 비영리법인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무상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여는 최근 정 회장의 기부 약속과 관련이 있다. 지난 2일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 전량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정 회장이 약속한 지분의 절반만 내놓은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식기부에 부과되는 세금 때문에 우선 약속한 지분중 절반을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증여된 이노션 지분 10%가 현금화된 뒤, 나머지 절반 지분도 무상증여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출연한 현금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다만 ‘기부주식’은 예외다. 공익법인이 기업 주식의 5%(성실공익법인은 10%) 이상 취득하면, 최대 60%까지 증여세를 물린다. 만약, 정회장이 한꺼번에 이노션 지분 20%를 넘겼다면, 최대 이노션 지분 12%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한다.

정 회장은 지난 2011년 5000억원에 달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7.02%를 기부할 때도 두 번에 걸쳐 공익재단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넘겼다. 당시에도 증여세가 문제였다.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은 더 까다로운 ‘발행 주식의 5%’를 적용받았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지난해 출연을 약속한 안랩 주식 100만주 중 우선 50만주(4.99%)를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에 출연했고, 나머지 50만주는 현재 한국투자증권에 신탁한 상태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기부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기업들의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한 뒤 다시 총수 자녀들이 공익재단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부주식을 받은 공익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총수 일가가 재단을 통해 기업 경영권까지 장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이 기부를 막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구원장학재단이 대표적 사례다. 수원교차로를 창업한 황필상씨는 2002년 수원교차로 주식 90%(200억원 상당)와 현금 15억원으로 아주대에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런데 2008년 수원세무서는 주식기부는 무상증여에 해당한다며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황 씨측은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선 승소했지만, 2011년 항소심에선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황씨가 재단의 이사장을 연임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지위에 있는 등 승계의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결 내렸다. 황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기부에 대한 과세 기준이 해외 보다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말했다. 영국, 호주, 대만 등의 공익법인의 주식보유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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