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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의 明暗]③빚 권하는 수입차 '월 00만원만 내세요'

  • 2013.07.12(금) 08:05

할부유예, 리스 등 금융프로그램 유도

직장인 정모씨(35세)는 최근 수입 중형세단을 구입했다. 당초 국산 중형세단을 구입하려고 수소문하던 그는 우연히 수입차 딜러를 만난후 마음이 변했다. 그가 구입한 수입차는 50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차값의 30% 정도만 미리 내고 3년 동안 나머지 원금에 대한 이자만 내면서 차를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같은 유예할부, 리스 등 금융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유명 수입차 브랜드들은 자회사로 파이낸셜 회사를 세워 이같은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이같은 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입차를 장만하고 있다.

 

하지만 유예할부 기간이 끝난 시점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미뤄놨던 차값의 원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매월 지불했던 돈은 대부분 '아직 지불하지 않은 차량 원금에 대한 이자'일 뿐이다.

 

때문에 3년이 지난 시점에 원금상환을 위해 결국 타던 차를 다시 처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계층의 경우 자칫 '카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빚 권하는 수입차

 

수입차들의 금융프로그램은 크게 유예할부와 유예리스, 두가지로 나뉜다.

 

할부기간동안 매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일반적인 할부와 달리 유예할부는 보통 차량 가액의 30%만 초기에 일시에 지불한다. 나머지 원금중 10% 정도는 보통 36개월인 할부기간동안 이자와 함께 내고, 할부기간이 끝나면 나머지 60%의 원금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다.

 

유예 리스의 경우 약정된 리스기간중에는 낮은 리스료를 납부하고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높은 리스잔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만일 5000만원 가량의 수입차를 유예할부로 구입할 경우 초기에는 약 1500만원 정도만 내고, 할부기간동안 500만원 가량의 원금을 이자와 함께 지불한다. '월 몇십만원'이라는 용어가 동원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나머지 3000만원은 할부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일시불로 내야 한다.

 

할부기간 종료시점에 잔액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 차량을 매각해 이를 갚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통상 수입차들의 경우 보증기간 3년이 끝나면 차량가격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차량을 팔아도 갚아야할 원금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명 '카푸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 30·40대가 주고객층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예할부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7022억원으로 집계된다. 전체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인 10조3000억원의 6.8%다. 전체 할부금융에서 유예할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다.

 

다만 유예할부에서 수입차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말 2.1%에서 지난해말 11.6%까지 급증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유예할부금액은 2204억원, 내년은 256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이용비중이 36.4%로 가장 높았다. 40대를 합할 경우 66.2%까지 올라간다. 20대는 8% 수준이다.(왼쪽 그래픽)

 

유예리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말 기준 유예리스 잔액은 2600억원이다. 전체 자동차 리스잔액이 8조원을 넘는 만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600억원의 유예리스 잔액중 수입차 리스금액이 2533억원으로 97%에 달한다.

 

유예할부와 마찬가지로 30대 이용률이 33.5%로 가장 높았고, 40대를 포함할 경우 59.3%다. 20대 비율은 5.0%다.

 

◇ 수입차 '꿩먹고, 알먹고'

 

이처럼 금융 프로그램 이용이 늘어나면서 수입차는 물론 자회사인 파이낸셜 회사들의 수익도 커지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국내외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두자릿수의 할부·리스 이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해 7.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실제 차량을 수입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3.5% 수준이다.

 

비엠더블유(BMW)파이낸셜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12.2%에 달한다. 비엠더블유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 가량이다. 자동차를 수입하는 회사(임포터)보다 오히려 파이낸셜 회사들의 이익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의 양대 브랜드는 물론 대부분 수입차들이 차량 판매와 함께 자회사들의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다. 폭스바겐 역시 파이낸셜 회사를 설립해 2011년부터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금감원은 "만기도래 잔액 등을 감안할때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소득이나 재산 상황 등을 감안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자동차 금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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