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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태우는 잔치 '소미연(燒尾宴)'

  • 2013.07.12(금) 10:42

승진축하 파티를 소미연이라고 한 까닭은?

직장에서 승진하면 상사와 동료를 초대해 한턱을 낸다. 승진 축하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이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승진 축하 자축연은 옛날부터 있었는데 역사에서는 이런 잔치를 소미연(燒尾宴)이라고 한다.

8세기 초반, 중국 당나라 때 위거원이라는 사람이 재상으로 승진하자 황제와 동료 대신들을 집으로 초청해 자축연을 연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유행을 해서 당나라 때 문헌인 『봉씨견문록』에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거나 승진을 하면 집집마다 자축연을 여는데 각종 진수성찬과 술을 준비하고 음악과 가무를 마련해 손님을 접대했다고 전한다.

소미연이라는 이름은 꼬리를 태우는 잔치라는 뜻이다. 승진기념 자축파티를 소미연이라고 부른 것은 의미기 있기 때문인데 등용문(登龍門)과 관련이 있다. 등용문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한다는 뜻으로 잉어가 황하 상류에 있는 급류인 용문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말이다.『후한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용문은 지금의 중국 산시성(山西省) 롱먼현(龍門縣)에 있다고 하는데 물살이 너무 높고 거세어 잉어들이 떠밀리기를 반복할 뿐 관문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성공하는 잉어는 거의 없다. 어쩌다 집요한 노력 끝에 거친 물살을 헤치고 용문을 지나는 잉어가 용문을 통과하는 순간, 바로 용으로 변신해 하늘로 승천한다. 등용문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출세를 한다는 뜻이 된 유래다. 그런데 잉어가 용문을 지나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 직전, 하늘에서는 번개를 내리쳐 잉어의 꼬리를 태워 없앤다.

꼬리를 태운다는 뜻의 소미(燒尾)는 이렇게 등용문의 전설에서 비롯된 말이다. 소미연이라는 이름 역시 승천한 잉어가 꼬리를 태워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진급으로 신분이 상승했으니 자리에 걸맞게 처신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부장이 됐으면 부장 자리에 걸맞게 처신해야지 대리 시절의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일하지 말라는 뜻이고, 자리가 높아졌으니 종업원이 아닌 주인의식을 갖으라는 의미다.

그런데 직위가 높아졌으니 쫄병 시절의 행태를 벗어버리고 환골탈태하라는 의미를 엉뚱하게 폼 잡는데 적용하면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미연은 처음 승진기념 자축연에서 비롯됐지만 후일에는 중국 역사에서 만한전석과 함께 손꼽히는 호화판 잔치로 변질됐다.

『변물소지』라는 문헌에는 소미연에는 보통 쉰여덟 가지의 산해진미를 차리는데 맛도 맛이지만 요리 하나하나를 정교한 조각물처럼 아름답게 장식해 미각과 시각을 모두 황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예컨대 수정용봉고(水晶龍鳳糕)라는 요리는 1m 높이로 떡을 쌓았는데 마치 꽃이 활짝 핀 것 같은 모습이고 겉에는 대추를 촘촘히 박아 장식해 화려하기가 그지없었다. 금은협화평절(金銀夾花平截)이라는 음식은 게살을 발라서 꽃빵 사이에 끼워 층층이 쌓아 올린 것이고, 금령자(金鈴炙)는 당시에는 서역에서 먹는 귀한 음식인 버터를 발라서 황금빛 방울처럼 구운 요리다. 심지어 사람의 젖으로 닭고기를 삶은 선인련(仙人臠)이라는 음식도 있었으니 세월이 흐를수록 도를 넘는 사치로 변질됐다.

소미연은 이후 초호화 잔치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데다 잔치비용 때문에 살림살이들이 모두 거덜이 났는지 한 세대를 유행하다 결국에는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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