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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의 KB금융은 무엇이 다를까

  • 2013.07.12(금) 15:57


[임영록 KB금융그룹 신임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임영록의 KB금융이 닻을 올렸다. 항간의 표현대로 억세게 운 좋은 임영록 회장에게 운은 계속 따라붙을까? 운이 이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임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본’을 강조했다. 임 회장에게 기본은 리테일(소매금융)이었다. ‘국민+주택’ 때부터 이어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경쟁력을 확실히 다져 그룹의 성장기반을 구축하자는 논리다. 금융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방점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불가피하기까지 하다.

이어진 건실한 자산 성장, 적정 마진 확보, 비이자 부문의 시장지배력 강화,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가치 극대화,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열위…. 하나같이 맞는 얘기다. 그러나….

“화력이 막강해도 실책이 잦으면 이기기 어렵다”며 “빗장 수비가 강팀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그가 이끄는 KB금융이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할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임 회장의 진단대로 ‘금융산업은 경기침체로 부실의 여파가 언제 몰려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기는 하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로 해외 사업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맞다.

KB금융에 기대하는 시장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해외 진출과 관련된 코멘트도 이어졌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금융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신중’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추진’보다는 ‘신중’이라는 단어만 들었을 듯 하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그룹의 창조적 도전과 역동적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으나, 창조적 도전과 역동적 성장은 ‘신중’이라는 단어에 묻히고 말았다.

‘시장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나 채널은 재검토하겠다’고는 했으나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아, 사실상 구조조정의 동력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임 회장이 보일 행보와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우리은행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들어맞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리투자증권만 관심을 보인 셈이다.

노조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취임사에서도 “필요하다면 노동조합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취임식이 끝나고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노조위원장이 (어떻게 보면) 당당히 임 회장과의 별도 포토타임을 갖는 상황은 그와 노조의 관계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날 임 회장은 취임식이 끝나고 KB국민은행 노조를 방문했고, 오후엔 KB국민카드 노조를 별도로 방문했다.

임 회장은 말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냈지만 튀는 전임 어윤대 회장을 보필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낮췄다. 오늘 취임식을 지켜본 많은 KB금융 사람들은 마치 옛 강정원 행장을 보는 듯 하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강 전 행장도 느릿느릿한 말투로 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 행장과의 비교는 임 회장으로선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과거 KB금융의 역사를 보면 강 행장 시기는 그룹과 은행의 수축기였다고 봐야 한다. 김정태 → 강정원 → 황영기 → 어윤대로 이어지는 KB금융그룹 CEO들을 보면 확장기와 수축기를 반복했다. 금융산업시장이 좋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확장이나 수축기와 엄밀하게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CEO의 스타일과 전략에 지배받아왔다.

그룹의 많은 사람이 벌써 임 회장을 강 행장과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KB금융그룹은 수축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본을 강조하긴 했으나 최고봉으로서 그만의 포스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은 결국 다가올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를 놓고 벌일 도전에서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M&A 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비유되는 KB금융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강 전 행장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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