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회계톡톡]지하철 광고에 1800억 물린 KT

  • 2015.01.21(수) 09:57

KT, ‘스마트채널’ 관련 채권 490억 대손충당금
서울도시철도공사서 1300억 소송 `연대 의무`

스마트채널이 지하철 8호선에 설치한 전광판에서 광고가 나오고 있다.(사진 = 회사 홈페이지)

 

새롭게 진출한 사업이 실패하면, 그 ‘상처’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남는다. KT가 지난 2009년 시작한 지하철 광고대행 사업도 마찬가지다. KT는 지하철 5·6·7·8호선 광고 대행을 맡은 스마트채널에 65억원을 투자했다가, 1800억원을 물리게 될 위기에 처했다.

스마트채널은 4년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자본금은 100억원인데, 누적된 결손금이 495억원에 이른다. 주주가 댄 사업자금은 다 까먹고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채널의 자본금은 KT와 부산은행이 댔다. KT는 65억원을 투자해 지분 65%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불경기로 광고 시장이 얼어붙은데다가, 대규모 투자의 '후유증'이 스마트채널의 재정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012년 스마트채널은 기계장치에 738억원을 투자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판, LCD모니터 등을 설치했는데 이 기계장치는 재무상태표의 유형자산으로 계상됐다.

 

스마트채널은 이 유형자산을 8년에 걸쳐 상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매년 93억5200만원을 상각비용으로 털어내고 있다. 한해 상각비용이 스마트채널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부담이 크다.

 

스마트채널 2013년 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에 나온 유형자산(단위 천원). 이 회사의 유형자산은 기계장치가 전부이다. 유형자산은 2012년(기초) 645억원에서 2013년(기말) 551억원으로 줄었다. 2013년에 94억원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감사인 이지회계법인은 스마트채널 감사보고서에서 “존속능력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KT의 재무적 지원 성패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채널의 생사(生死)가 KT 손에 달린 셈이다.

KT는 일찌감치 스마트채널 사업 부실화에 대비했다. 이는 회계장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KT는 지난 2012년 스마트채널 ‘기타채권’ 493억6200만원에 대해 전액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떼일 가능성이 커졌단 얘기다.


KT는 작년 9월말 기준 스마트채널에 대한 기타채권 397억원, 매출채권 104억원, 대여금 96억원을 갖고 있다. 대손충당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아울러 KT는 2011~2012년 스마트채널 장부가액 65억원을 0원으로 처리했다. 관계기업인 스마트채널이 낸 손실을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원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투자회사는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모회사와 종속사의 매출·이익 등을 모두 연결해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KT는 스마트채널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주간 약정으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해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관계기업의 손익은 모회사의 지분만큼을 계산해, 취득원가에 반영한다. 스마트채널의 손실이 매년 커져, KT의 취득원가 65억원을 모두 갉아 먹었다는 얘기다.

 

KT 2012년 연결감사보고서 주석에 나온 관계기업 및 조인트벤처투자(단위 백만원). KT는 2011년 65억원의 스마트채널 투자액 가운데 37억5200만원을 지분법 손실로 처리한데 이어, 2012년 27억4800만원을 추가했다. 이로써 스마트채널 2012년 기말금액은 0원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소송이다. 작년 3월 서울 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채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상 미납되거나 장래에 지급이 예정된 기본 보장금 1298억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스마트채널이 서울 도시철도공사에게 2010년부터 10년간 매년 최소 140억원을 약속한 계약이 분쟁의 단초가 됐다.

특히 서울 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채널이 돈을 못 갚을 경우, KT가 연대 의무를 질 것을 청구했다. KT는 출자자 약정에 따라 스마트채널이 채무를 갚을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신 채무를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계약이 KT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