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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역사가 되어버린 바오빠(保八) 정책

  • 2013.07.16(화) 15:38

[中 7.5%성장의 진실]
2011년 사실상 폐기된 후 2년째 7%대 성장
새 지도부 맞춰 中 경제 실제 드러낼지 주목

한때 중국식 경제 모델이 각광받았던 때가 있었다. 수십년간 부침 없이 고속성장한 것은 물론 금융위기 때에도 홀로 독주한 중국 경제는 자본주의와 독재 체제가 적절히 배합된 최고의 선례로 여겨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식 모델은 러시아나 이란의 권의주의와는 또 다른 '별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처럼 별탈 없어 보이던 중국 경제가 근래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바오빠(保八: 연 8% 성장 유지) 정책을 포기한 것은 물론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하는 사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리커창 중심의 새 지도체제와 맞물리며 중국 경제가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불가능해진 '바오바'..7% 성장 유지하면 다행

2011년 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연평균 7%로 제시했다. 중국이 바오빠 정책을 폐기한 순간이었다.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인 1997년 말부터 8%대 성장률 유지를 최우선 거시경제 정책 목표로 설정해 왔고 이는 바오빠 정책으로 불렸다. 중국에서 숫자 8(빠)은 부를 축적한다는 의미의 파차이(發財)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로 인식된다.
 
중국의 성장률은 바오빠 정책 기간 동안 10%대를 넘나들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V자형 회복세에 주력했고 2009년 9.2%로 떨어졌던 성장률을 대형 재정투자를 통해 10.4%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성장 일변도 정책은 서서히 한계에 부딪혔다. 부양으로 풀린 돈은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중국 경제를 위협했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 등에는 거품이 꼈다. 그림자 금융 등도 이로 인해 나온 산물이다. 소득 불균형 심화로 민심 역시 사나워졌다.
 
결국 중국은 고성장을 잠시 내려놓고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나선다. 2010년 후반부터 긴축정책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바오빠 정책을 폐기할 때만해도 일각에서는 중국이 바오빠 정책을 포기하고 성장률 목표치를 7%선으로 낮추더라도 실제 성장률은 8~9%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지난해에 이어 더욱 확연해지고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제 7%대 성장만 해도 감지덕지다.
 
◇ 바오빠 정책, 새 지도부와 함께 역사 속으로
 
바오빠 정책 방침은 2011년 일찌감치 선회했지만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 변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고성장보다는 개혁을 통한 중국의 체질 개선을 내걸었다. 굳이 바오빠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부터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GDP 등의 경제지표가 조작된 것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미국 대사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중국 GDP 수치는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믿지 말라고 말했다. 대신 전력 소비나 화물운송량, 은행 대출 등이 정확하다고 밝혔는데 그 이후로 전력 소비량도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바오빠 정책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도마위에 올랐다. 중국이 재정투자를 통해 부양에 나서고 8% 성장 목표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바오빠 달성이 계속 가능할지는 의구심에 시달렸다. 중국이 GDP 수치를 자주 수정하는 등 GDP 산출 방법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중국 경제가 새 지도부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기존의 거품을 빼고 실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소비주도의 성장전략이 당장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출 축소로 빚어진 공백을 메꾸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못하면 경착륙 우려는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아시아 경제회복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바오빠는 역내 주요국의 대중 수출 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를 견인하는 효과를 거뒀다. 0.3%포인트의 성장효과는 2008년 세계 경제성장률의 10%에 해당했다. 또 중국의 8% 경제성장은 한국 경제의 1%포인트를 견인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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