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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꽂히다]맞벌이 부부 '한옥을 만나다'

  • 2013.07.16(화) 17:10

서울 명륜동에 아이들 뛰놀 집 마련한 박씨 부부 사례

대학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혜화초등학교 방면에 있는 주민센터를 지나 왼편 골목길로 5분쯤 들어가자 작은 한옥들이 나타난다. 박 모씨(36)와 김 모씨(37) 부부가 7살 딸, 4살 아들과 함께 할 보금자리가 준비되고 있는 곳이다.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일대는 골목을 따라 한 블록에 2~3채꼴로 한옥이 섞여 있다. 이 동네는 올해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4~5개월여 준비 끝에 다음 달이면 아파트를 떠나 한옥에 입주할 박씨 부부의 얘기를 쫓아가 봤다.

 

[매물로 나와있는 명륜동 한옥. 높은 수리비와 지원 미비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아파트에 지친 가족, 마당있는 집으로

 

서울 쌍문동 토박이인 박씨는 어려서부터 줄곧 아파트에서 자랐다. 화초가 우거진 마당 있는 집은 외갓집에서나 접했다. 자연스레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꿈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 부부도 벅찰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8년여,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쌍문동에서 동소문동으로 한 차례 이사를 했지만 아파트를 떠나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출퇴근 불편을 감내하고 교외로 나갈 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마당을 포기할 즈음 이들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다. 층간소음 문제였다.

 


[명륜동 골목 안 게스트 하우스로 변신한 한 한옥의 입구]

 
◇ 명륜동 대지 76㎡ 한옥 3억5000만원 

 

현재 박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는 아랫층 사람이 아이들 뜀박질 소리에 기겁해 이사를 갈 정도로 층간소음이 심했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 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박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단독주택을 찾기 시작했다. 

 

박씨는 "단독주택을 찾으려 근처 부동산을 돌아본 지 4개월 여만에 안마당에 따스한 햇볕이 드는 한옥을 만났고, 아이들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안고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씨 부부가 고른 집은 명륜동 골목 안 대지 76㎡, 건물 43㎡ 크기의 한옥. 지난 4월말 이들은 법인 소유로 세를 주고 있던 이 집을 3억5000만원에 사기로 했다.

 

대략 1960년대쯤 지어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집이었다. 워낙 낡았고 기와에선 비가 새 수선을 하지 않고는 입주가 어려웠다.

 


[박씨 한옥 인근 명륜동 골목 안 새로 신축한 한옥과 개축한 지 오래된 한옥이 나란히 붙어 있다.]


◇ 지원금도 못받고 수선 착수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사서 고치려니 자금이 문제였다. 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끌어와 집 살 돈을 마련했다. 아직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되기도 전이라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도 받을 수 없었다.

 

아예 새로 지을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러면 문화재지표조사도 필요해 입주가 늦어지는 게 문제였다. 건물 3.3㎥당 1000만~1500만원씩 하는 건축비도 부담이 됐다.

 

인터넷과 지인들을 통해 여기저기 수소문해 견적을 내보기를 두 달여. 기둥과 들보, 도리 등을 최대한 살리고 다른 집에서 나온 고재(古材)를 섞어 3.3㎥ 당 700만원 선에 수리해준다는 목수를 만났다. 고재를 쓰면 신재보다 시공이 까다롭고 오래 걸리지만, 나무 변형도 적고 전통미를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달 초 기와를 내리며 공사가 시작됐다. 목수와 함께 평면을 이렇게 저렇게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열재와 이중창, 신식 화장실과 주방 등으로 한옥의 단점을 커버했다.

 


[박씨 아내가 목수와 의견을 주고받은 도면 그림]

 
◇ 4억7000만원에 4대문 안 마당있는 집

 

공사를 마치면 이 집은 가운데 8㎡ 정도 마당을 두고 드레스룸과 안방, 주방, 거실, 아이들 방을 배치한 'ㅁ'구조 집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는 8월 중순께면 집들이를 할 수 있는 속도다.

 

새 집에 들어가기까지는 총 4억70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매입비, 수선비에 세금과 철거 및 건축허가 비용 등 2000만원 가량이 더 들어갔다. 인근 명륜동 아남아파트 전용 84㎡ 시세가 5억8000만원인 걸 감안하면 마당있는 집 치고 꽤 실속이 있다.

 

이들 가족의 한옥 입성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장마철이라 공사가 늘어질 수도 있었지만 목수는 입주를 맞춰주려 포장을 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난에,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에, 쫓기듯 이사다니는 요즘 세태 속에서 보기 드물게 조바심보다는 기대감이 물씬 풍기는 집들이 준비다.

 


[포장을 치고 목재 작업을 하는 박 씨 부부 한옥 수선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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