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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소득세 추징 당한 목사님

  • 2015.02.24(화) 14:20

수상한 자금 흐름..체납자에 대출 알선 '사례금' 챙겨
국세청, 기타소득 과세 처분..'교회 헌금' 주장도 허사

지난해 말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과세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는데요. 올해 기획재정부가 수정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치권에서는 '종교인 과세 포기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제 당분간 종교인은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인거죠. 그런데 한 교회 목사가 소득세를 낸 사연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낸 것이 아니라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를 추징 당했는데요. 이 목사는 왜 국세청을 찾아갔고, 세금까지 물어야 했을까요. 

 

 

◇ 성경책 놓고 대출 알선

 

정부가 낸 종교인 과세 법안이 국회에서 한창 심사중이던 2013년 11월, 서울의 한 교회 목사인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한 통의 안내문을 받습니다. 안내문에는 '종합소득세 과세자료를 해명하라'고 씌어있었는데,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세금을 물리겠다는 얘깁니다. 생전 소득세를 내본 적도 없는 목사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죠.

 

사연은 이랬습니다. 국세청이 체납자 이모씨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던 도중, 수상한 거래를 포착합니다. 바로 이씨가 목사 A씨에게 입금한 내역을 확인한 것인데요. 그냥 순수하게 낸 헌금이라고 하기엔 액수도 너무 많았죠. 그렇다면 이씨가 목사에게 준 돈은 무엇이었을까요.

 

목사 A씨가 이씨에게 돈을 받기 직전, 때마침 이씨의 아들 5형제가 경기도의 공장과 토지를 담보로 의문의 인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납니다. 국세청은 이씨 일가가 대출을 받을 때 목사 A씨가 알선행위를 하고 사례금을 챙긴 것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A씨가 받은 사례금을 기타소득 명목으로 과세할 준비에 나섭니다.

 

◇ 국세청 찾아갔다가 '역효과'

 

목사는 안내문을 받고 2주일 후 직접 국세청을 찾아갑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고, 세금도 피하기 위해서였죠. 그는 "목회활동만 하는 담임목사일 뿐, 이씨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사실이나 이유도 없다"며 "그 돈은 특별헌금으로 선교 목적의 종교활동에 사용했기 때문에 종합소득세는 부당하다"고 호소합니다.

 

자신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단 산하 교회의 위임 목사로서 목회활동만 전념하고, 교회의 모든 수입이나 지출은 재정위원회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교회에 들어온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사례금의 용처를 굳이 따져보면, 교회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건축비로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목사가 국세청에서 작성한 '확인서'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는 확인서에 "이씨 등에게 대출 알선을 해주는 조건으로 대출이 실행되면 십일조를 한다고 약속한다. 이후 대출이 실행되고, 이씨 등은 당초 약속한 십일조가 너무 과다하다고 해서 별도의 사례금을 입금한 것"이라고 썼는데요. 사례금이 대출 알선의 대가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고, 국세청 과세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합니다.

 

◇ "뒷돈 받으면 세금 내야죠"

 

목사 A씨가 대출 명목으로 사례금을 챙긴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은 즉각 소득세 추징에 나섭니다. 지난해 4월 A씨에게 종합소득세를 더 내라고 통보했는데요. A씨는 세금을 못 내겠다고 버티면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합니다.

 

A씨와 국세청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본 조세심판원은 최근 7개월에 걸친 장고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목사 A씨가 받은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국세청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죠. A씨가 자신이 받은 사례금을 기부금이나 종교 목적으로 썼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목사 A씨는 국세청에서 다시 계산한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합니다. 법적으로 종교인의 활동 보수에 대해 소득세는 부과되지 않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챙긴 '뒷돈' 만큼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얘기죠. 종교인에게 주어지는 세금의 특혜는 본연의 종교활동에만 국한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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