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관계가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보는 삼성전자의 시선이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변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모바일 D램을 구매하기로 하고 세부조건 등을 조율중이다. 지난 4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SK하이닉스로부터 구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서 보다 진전된 것이다.
이번 모바일D램 구매가 주목을 받는 것은 무선사업부가 외부기업, 그것도 삼성전자내 반도체사업부와 경쟁관계인 회사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특허공유에 이어 부품구매 등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경쟁자라는 관점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등 대부분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조달해왔다.
무선사업부 입장에서는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부품공급 차질에 대비하고, 단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반도체사업부 입장에서는 자칫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 사업부를 별도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부품분야와 완제품 분야의 대표도 분리해 내부에서 경쟁하는 구조다. 애플이 스마트폰 분야의 경쟁자면서 부품분야의 최대 고객이 된 것도 이같은 구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모바일 D램의 공급부족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의 70% 가량을 한국기업들이 점유한 상황인 만큼 3위 업체인 일본 엘피다보다는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선호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주요부품의 조달 구조에 변화를 준 것은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삼성과 SK가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경우 출혈경쟁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과 LG가 LCD패널 교차구매에 합의해 놓고도 실제 실질적인 구매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대기업간 협력이라는 점에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