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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따라가는 세금..부가세 인상 탄력받을까

  • 2015.03.03(화) 08:27

금융위기 후 OECD 회원국 증세로 'U턴'
부가세 인상이 대세..복지재원 확보 목소리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세금 정책은 선진국의 '대세'를 따라가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을 줄이다가 금융위기 직후 소득세 인상을 추진한 것은 선진국과 같은 방향이었다.

 

이 트렌드에 예외가 하나 있다. 부가가치세는 금융위기 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율을 인상했지만, 우리나라는 30년 넘게 지켜온 10%의 고정 세율을 바꾸지 못했다. 사상 최악의 세수 부족 사태가 3년째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이 참에 부가가치세 인상 카드를 꺼내보자는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라 선진국의 세금 트렌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 OECD 회원국 90%가 '증세'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각국의 세금 정책을 바꿔놨다. 한동안 유행했던 '감세' 기조는 재정 적자를 겪으면서 '증세'로 돌아섰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금융위기 후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의 세금 부담을 높인 곳은 27개국에 달했다.

 

3대 세목을 모두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이슬랜드, 멕시코, 슬로바키아 등 5개국이었다. 모두 재정 위험이 높은 국가들이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율을 모두 인상한 국가도 9개국(프랑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영국, 일본)이나 됐다. 우리나라는 2012년 소득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하면서 미국, 캐나다, 룩셈부르크, 스웨덴, 터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금융위기 이후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22개국이었고, 법인세율을 올린 곳은 칠레 한 곳 뿐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0개국은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유지했고, 캐나다는 유일하게 세율을 1%포인트 내렸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것은 선진국의 세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 소득세 올려도, 부가세는 '불변'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OECD 회원국처럼 소득세율을 인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국가는 19개국에 달했다. 지방세를 포함한 소득세율은 41.8%로 OECD 평균(43.3%)보단 1.5%포인트 낮다. 소득세 최고세율 순위는 OECD 국가 가운데 23위로 중하위권에 속해 있다. 정부가 소득세 부담을 계속 늘리겠다고 밝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2년에 실시한 소득세 증세 정책은 최근 연말정산에서 근로자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몰고 왔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조세 저항에 직면하자 소급 적용을 포함한 연말정산 세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세법개정에서도 소득세 증세 카드는 꺼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법인세의 경우 여야가 세율 인상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장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부가가치세 증세가 거론된다. 마침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금융위기 이후 부가가치세율을 올린 터라 정부로서도 최적의 세수 확보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도입 당시였던 1970년대 말 '부마항쟁'을 일으킬 정도로 거센 파장을 몰고 왔고, 30여년간 한번도 세율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가끔씩 학계에서 미래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시하지만, 정부는 매번 '노코멘트' 혹은 '검토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세금인데다, 부자와 서민이 똑같은 세금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여론을 이겨낼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OECD 한번 믿어볼까

 

최근 OECD는 우리나라의 세금 제도에 대해 훈수를 뒀다. 부가가치세율 10%가 OECD 평균인 18%에 크게 못 미치고, 회원국 중에서도 네 번째로 낮다는 분석이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세율을 인상하고, 면세 범위와 간이과세 제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라는 조언이다.

 

지난해 부가가치세 수입은 57조원으로 세율 1%포인트만 올려도 5조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OECD 평균인 18% 수준으로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면 50조원의 재원을 한꺼번에 충당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재원인 135조원도 3년 정도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부가가치세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부가가치세는 보편적 세원으로 세율을 인상해도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OECD도 우리의 재원확보를 위해 부가세율 인상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만큼, 중장기 재원확보 차원에서 소비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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