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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다이아몬드 반지가 결혼 선물이 된 이유는

  • 2015.03.06(금) 09:40

박정호 著 '경제학을 입다/먹다/짓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파혼 방지책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연인 간의 사랑의 징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193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청혼선물로 요구하는 게 유행이었다. 반지를 준 남자들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쉽게 파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가 결혼 후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 혼자 살 길이 막막했던 여자들의 처지가 배경이 됐다.

 

박 연구원은 의식주 전반에 숨어있는 경제학 원리를 쏙쏙 뽑아 '경제학을 입다/먹다/짓다'로 엮었다. 그는 경제학이 저 멀리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과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경제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군복이 화려했던 이유도 경제학 원리로 풀어낸다. 근대에 접어들어 유럽에는 대포·총 등 무기가 나타났다. 그런데 화약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역선택'이 벌어진 것이다. 울긋불긋한 군복은 이 역선택으로부터 아군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이었다.


환상이라는 뜻의 '판타지'에서 이름을 따 온 '환타'는 원래 '판타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환타는 지난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의 콜라 공급이 중단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개발된 음료였다. 독일인 막스 카이트는 당시 전시 상황에서 음료 원료조차 확보가 어렵게 되자 사과술을 빚고 남은 섬유질과 치즈 찌꺼기를 섞어 환타를 만들었다. 콜라의 '대체재'로 개발된 것이다. 콜라 없는 세상에서 환타는 독일인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환타가 세계 5대 음료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미국의 대표적 유통업체 월마트가 대도시보다 소도시에 더 큰 매장을 여는 데도 경제학이 숨어 있다. 경쟁사가 들어설 땅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작은 규모의 할인마트를 운영할 경우 같은 지역에 경쟁자가 새로 뛰어들 여지가 생긴다. 대형 마트를 세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시가 작은데 비해 마트의 규모가 비대하면 경쟁기업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영국인을 위해 개발된 탕수육, 속옷 가격을 통한 경기 예측, 뉴욕 부유층이 아파트를 싸게 빌릴 수 있는 이유 등 고금과 동서양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경제 이야기를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해 준다.

 

저자인 박정호 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를 거쳐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일반인과 주요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양 경제 강의를 진행하며 한국경제신문, 네이버캐스트 등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박정호 /펴낸곳 한빛비즈 /33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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