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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e쇼핑]②'페이(Pay)의 전쟁'

  • 2015.03.17(화) 13:29

IT 공룡들, 결제 선점위해 '군웅할거'
'보안 무장' 결제사들, 한국시장 '노크'

글로벌 유통 업체들의 '영토 확장'과 맞물려 주목할 부분이 최근 전자결제를 놓고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벌이는 각축전이다. 쇼핑과 결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그동안 이베이나 아마존, 알리바바 등 유통 진영이 결제를 주물러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IT 강자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어 전자결제 시장은 바야흐로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에선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한류 관광객'의 직접 쇼핑 열풍으로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패권을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SKT도 가세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주요 인터넷,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전자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를 없애라고 하자 정부가 관련 규제를 하나둘씩 걷어냈던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동통신사 가운데 LG유플러스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이른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 플러스'를 지난해 8월 내놓으면서 간편결제 시대를 열었다. 원래 페이나우는 지난 2013년 11월 처음 출시됐으나 금융감독원 보안성 심의를 거치고 다양한 본인인증 수단을 추가해 개선판으로 나온 것이다. 간편결제는 인터넷 쇼핑몰에 신용카드 정보를 한번 입력해 놓으면 다음에는 간단한 인증절차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말한다.

 

이후 다음카카오는 LG CNS의 결제솔루션인 '엠페이'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를 출시했고 이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전자지갑 '뱅크월렛카카오'도 곧바로 내놨다. 카카오페이는 카톡에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품은 것이라면 뱅크월렛카카오는 카톡으로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전자 금융 서비스다.

 

다른 IT 기업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는 오는 6월 '네이버페이'란 전자결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라는 강력한 검색포털에 쇼핑과 결제 기능을 버무린 것이라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업인 게임 외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도 '페이코'란 전자결제를 준비 중이다. NHN엔터는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를 내놓을 예정이며 시장 선점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도 이르면 올 하반기에 스마트폰 내 'T맴버십' 카드에 결제 기능을 추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강자들 3파전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 모바일 강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자체 모바일 기기에 결제 솔루션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애플과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이라 이들의 행보는 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정도의 메가톤급 파워를 가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한데 이어 한달 뒤인 10월 이들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자결제 '애플페이'를 시작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카메라로 신용카드를 촬영해 카드 정보를 인식하고,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이용해 폰을 계산대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애플페이는 서비스 초기 미국 내 22만개 매장으로 시작했으나, 5개월 뒤인 현재는 70만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페이'가 소개되는 유튜브 동영상.

 

삼성전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두드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차세대 전략폰 '갤럭시S6'를 공개하면서 자체 모바일 결제 솔루션 '삼성페이'를 처음 선보였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인수한 미국의 전자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애플과 같은 NFC 기반의 결제는 물론, 마그네틱 보안 전송(MS)과 바코드 기술 등을 모두 수용한다. 애플페이가 별도의 NFC 결제 단말기를 필요로 한다면 삼성페이는 범용성 면에서 이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은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대항마' 격인 모바일결제 서비스 '안드로이드 페이'를 오는 5월 내놓을 계획이다. 구글은 '구글월렛'이란 전자지갑 서비스를 해왔으나 모바일 영역까지 아우르기 위해 지난달 미국의 모바일결제기업 소프트카드를 인수한 바 있다. 소프트카드는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등 미국 3대 이동통신사가 만든 NFC 기반 결제서비스 업체다. 구글은 미국에서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에 자사 결제 앱을 기본으로 탑재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터카드가 유튜브에 올린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시연 동영상.

 

◇1세대 결제사, '간편' 이어 '안전'에 공들여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자결제를 시작한 이베이(페이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쉽고 빠른 결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정 사용과 금융 사기를 막아내는 '안전한 결제'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결제를 넘어 소비자들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철통 보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페이팔은 사용자가 평소보다 과도한 금액으로, 혹은 잘 구매하지 않던 물품을 사려하면 본인인증을 요구한다. 기존에는 비밀번호를 넣을 필요없이 '원클릭'으로 모든 결제 과정을 마쳤지만 부정 거래로 의심되면 결제를 보류한다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고도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FDS는 단말기 정보나 접속 정보, 거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의심거래를 탐지하고 이상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페이팔을 비롯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은 약 10년 전부터 FDS를 도입해 부정 결제 사고를 막아왔고, 이 밖에도 기본적인 암호화 기술과 함께 앱을 기반으로 한 일회용 비밀번호(OTP) 서비스 등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지문을 비롯한 생체 인식을 결제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3년 자사 계정으로 다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 ‘로그인 앤 페이 위드 아마존(Login and Pay with Amazon)’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용 전자지갑 '아마존 월렛'과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로컬레지스터’를 선보이며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적인 결제 서비스들은 최근 국내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페이팔은 지난 10일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시작, 한국 상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리페이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영역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아마존 역시 이달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업무에 나설 예정이라 결제 시장의 패권을 가져가기 위한 공룡들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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