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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에 국민이 없다②

  • 2013.07.19(금) 11:28

3R? … ‘구성의 오류’를 경계한다




임영록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비교적 꼼꼼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고위 관료 출신답게 ‘관리’라는 측면에서 수완을 발휘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에 가깝다.

행장 후보로 낙점된 이건호 본부장도 전형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다. 학자 출신으로 숫자에 밝고 이론적 무기도 많이 장착했다. 지주회사의 이인자인 윤웅원 부사장도 그렇다. 국민은행에서 전략기획부장과 재무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임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비인 셈이다. 조직의 상층부가 이렇게 구성되면서 이들 3인방을 내부에선 3R로 부른다. 3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그러나 온통 리스크 관리만 있다. 요즘 많은 금융권에선 ‘구성의 오류’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온다. 위기인 것은 맞는데,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문제다. 보통이 위기가 커지면 관리에 치중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유지는 될지 몰라도 경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한다는 화두다. 리스크 관리에 리스크 관리를 더하고 또 리스크 관리를 더해놨는데, KB금융에선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KB금융의 3R이 두려운 이유다.

사실 이 문제는 현재로서는 앞날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관건은 KB금융의 새 집행부가 조직에 무엇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노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떡고물을 내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조직원들이 희망을 보고 느끼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옛 김정태 행장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갈등을 없애기 위해 10년 동안은 양쪽에서 임원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민영화된 합병 국민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민간은행인데도 국민연금을 통해 사사건건 간섭하는 행태에 공개적으로 맞서 싸웠다. 결국 그는 국민연금의 이사 파견을 물렸다.

임 회장은 이번 행장 선인 인사를 하면서 조직이 침체해 있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조직이 침체해 있다는 것은 결국 조직원들이 일할 맛이 안 난다는 것과 진배없다. 임 회장을 비롯해 이건호 행장, 윤 부사장이 KB국민은행의 자존심을 찾으면서 어떤 돌파구를 찾을 것인지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다면 성공한 낙하산의 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금융사에서 다시 큰 변곡점을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으로 조직 전체가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이들 3R이 이번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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