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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패션 소통

  • 2013.07.23(화) 09:51

“일 잘~하게 생겼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대체 어떻게 생겨야 일 잘하게 생겼다고 할 수 있을까? 키는 몇 cm 여야 하고 눈은 어떻게 생겨야 하며, 코는 오뚝해야 하는지 둥글어야 하는지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꼭 집어 묘사할 수는 없어도 분명 우리 머리 속에 ‘일 잘하게 생긴’ 사람은 존재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생김새 보다는 차림새를 말하는 이 ‘일 잘하게 생긴 사람’ 이란 바로 그 동안 보아 온 ‘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여 준 이미지인 셈이다.

“여러분은 국가대표다. 그에 걸맞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껴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6월 25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로 선수들을 첫 소집하면서 했던 말이다. 아울러 그는 NFC에 소집돼 들어올 때는 반드시 양복 정장차림으로,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에, 정문에서부터 훈련 숙소까지 걸어오라는 엄격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내렸다. 소집 당일, 홍  감독은 모든 선수와 코치들보다 먼저 깔끔하고 산뜻한 정장 차림으로 걸어서 들어갔다. 지나치게 가벼워진 한국 축구를 ‘달라진 모습’으로 다잡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권위의 효과(authority effect)'라는 것이 있다. 권위를 상징하는 옷차림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깔끔한 양복 차림의 신사와 허름한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빨간 불에 신호등을 건너는 실험을 했다.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신호등을 건널 때에 비해 양복차림의 신사가 발을 떼자 5배 가량이나 많은 사람이 따라 움직였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동일한 사람이 정장 차림과 허름한 차림으로 차비를 빌려달라는 실험을 했다. 정장을 입었을 때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옷차림을 통한 이미지 등급을 구분하는 스타일 척도(style scale)에 의하면 바지와 재킷으로 구성된 슈트에 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한 정장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가장 높았다.

비록 첫 경기인 호주 전은 무승부 였지만 홍명보 호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 홍 감독이 소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 할 줄 아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국내파니 해외파니 자잘하게 금이 가있던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봉합할 수 있는지, 다그치지 않으면서 자긍심과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넓은 시야와 동시에 섬세한 감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반드시 뛰어난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축구를 깊이 있게 모르는 나 조차도 홍 감독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는 건, 그가 참으로 일 잘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십 오 년 가량의 경험상 일 잘 하게 생긴 사람은 거의 대부분 정말 일을 잘 한다. 스스로 차림새부터 품격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온 몸으로 열심히 일 잘 해보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나는 일 잘 하게 생긴 홍명보 감독의 패션소통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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