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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삼성과 신한, 외나무다리서 만나다(끝)

  • 2015.04.27(월) 11:39

‘신한 vs 삼성’ 금융 맹주를 꿈꾼다⑤(끝)

삼성금융의 자산운용은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 시작점이다. 이미 20년 동안 ‘세계 경영’을 화두로 몸을 만들었다. 은행이 없이 보험업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에서 보면 이것만큼 최적도 없다. 국내에서 보험 가입으로 쓸어모은 돈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10년 가까운 장기운용이다. 더욱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상황이다. 이 국면이 언제 끝날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있는 돈을 제대로 굴리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은행을 핵심으로 하는 신한금융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상황에선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은행 경영의 주요 지표로서 NIM의 변별력도 거의 없어졌다. 금융상품 소비자의 기대치는 높고 단순한 예대금리차만으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의 자산운용 전략을 특별히 칭찬한 이유다. ☞한동우 회장, 그룹 아우른 인터넷뱅크 검토


그러다 보니 신한과 삼성이 ‘자산운용’이라는 과제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이 부문의 성패에 따라 삼성금융과 신한금융이 벌이는 금융 패권 전쟁의 주도권도 쥘 수 있다. 삼성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 슬로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3세 경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와 내년까지 자산운용 부문에서 어떤 그림과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동우 회장 이후 권력 교체기를 더욱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

◇ 삼성금융, 20년 뜸 들인 밥상을 차린다

삼성은 세계 경영과 글로벌 금융에 맞춘 반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3년 초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행보지만, 보폭은 넓어지고 있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 뉴욕과 런던, 떠오르는 신흥시장 중국과 인도에 발을 들여놓았다. 금융업이라는 것이 시작했다고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포석치고는 꽤 좋은 모양새다.


삼성화재는 2013년 4월에 중국에서 자동차 책임보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다. 중국에서 이 인가 서류 한 장을 받기 위해 8년여를 절치부심했다. ☞삼성화재, 드디어 중국에 깃발을 꽂다 

삼성생명은 그해 4월부터 영국 런던의 2개 빌딩과 호주 빌딩(8월)에 투자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사업의 간을 보기 시작했다. 그해 9월 뉴욕라이프자산운용과 삼성생명의 부동산 운용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를 계기로 해외 금융자산 투자의 길을 텄다. 뉴욕라이프를 등에 업었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삼성생명과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이 각각 2억 5000만 달러씩 투자해 5억 달러짜리 공모 펀드를 만든 게 핵심이다. 미국 채권투자는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이, 미국 주식 투자는 삼성생명 뉴욕투자법인이 맡았다. 펀드의 설정과 운용관리는 삼성자산운용이, 기관과 개인에 대한 펀드 판매는 삼성증권이 담당해 삼성금융의 모든 회사가 뛰어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자산운용에 본격 나선 삼성생명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외국 금융회사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지난달 25일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중국 시틱그룹과 금융 사업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시틱그룹은 은행과 증권, 보험, 부동산 사업을 하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이다. 자산 규모만 750조 원에 이른다.

지난 24일엔 삼성자산운용이 인도 릴라이언스 캐피탈(Reliance Capital) 자산운용사와 전략적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릴라이언스는 인도 최대 자산운용사다. 세계 3대 경제 대국 떠오른 인도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릴라이언스가 각각 자사의 펀드를 상대 나라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삼성자산운용, 인도 릴라이언스운용과 손잡았다(연합뉴스)


◇ 신한금융, 자산운용 사장을 행장으로 전진배치

신한금융도 ‘자산운용’이라는 키워드를 던져놨다. 한동우 회장 2기를 맞으면서 던진 화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인 조용병 씨를 새 행장으로 선임한 것이 그 중요도를 가늠케 한다. 신한금융에서 자산운용사는 비중이 큰 회사가 아니다. 예상치 않게 공석이 된 은행장 자리를 채우는 형식이지만, 한 회장의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을 읽기엔 충분했다. ☞신한 한동우-조용병 '자산운용' 키워드 통했다

그것도 BNP파리바와 함께한다. 신한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투자자로 들어온 BNP파리바는 지금도 신한지주 지분 5.35%(형식상 2대 주주)를 들고 있다. 사외이사(필립에이브릴, BNP파리바증권 일본 대표)를 파견해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여전히 돈독한 관계로 BNP파리바의 글로벌 경험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BNP파리바는 ‘더 뱅커’가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은행에서 11위권, 브랜드가치 기준으로 세계 7위권의 금융그룹이다.


자산운용은 은행과 보험으로 영역이 나뉜다고 해도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고객이 낸 돈(예금 또는 보험료)을 효과적으로 잘 굴려 고객에게 만족을 주려는 것이다. 그래야 계속 고객으로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금리가 높은 시절엔 자연스럽게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 있었으나, 저금리 시대엔 금융회사에 이 노하우가 없다면 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는다. 강력한 수성을 위해, 또한 그를 기반으로 다시 공격하기 위한 공통분모가 자산운용인 셈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3월 18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경험(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은 저금리 시대의 솔루션 제공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에게 맞는 중 위험 중 수익 상품군을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산운용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전망이 좋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로 프레임을 개선할 의지도 내비쳤다. ☞'1등 은행'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제시한 화두

▲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3월 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의 자산운용 부문 전략은 좀 더 지켜봐야 그림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 지향점은 삼성금융과 같다. 자산운용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신한금융과 삼성금융의 치열한 경쟁은 우리나라 전체 금융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주도권을 누가 쥐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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