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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회장 구속' 흔들리는 동국제강

  • 2015.05.07(목) 09:51

오너 구속에 업황 부진 '이중고'
포항 2후판공장 폐쇄 검토

동국제강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너 장세주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진 데다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자구책으로 사옥을 매각하고 포항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등 비상 체제에 들어갔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 불거진 오너 리스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지만 한차례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한 혐의를 추가해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장 회장은 200억원대 회사 돈을 횡령하고 해외에서 수십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설비공사 대금을 과대계상해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 계좌에 입금했다가 손실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상당액을 해외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두번에 걸친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끝에 결국 구속됐다. 장 회장은 그동안 비자금 조성과 횡령, 불법 해외 도박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사진=이명근 기자)

장 회장은 지난 2013년 하반기까지 수년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800만달러 상당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중 절반 이상이 회삿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장 회장이 갖고 있는 부실 계열사 지분을 우량 계열사가 인수토록 해 100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첫번째 영장실질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장 회장에 대한 혐의를 추가했는데 12억원 횡령 혐의와 철강 대리점주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와 골프 회원권을 받은 혐의 등이다.
 
◇ 엎친데 덮친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최근 포항 2후판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나섰다. 포항 2후판공장은 두께 6㎜ 이상의 선박용 후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생산규모는 연 150만톤이다. 포항 2후판공장에는 3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포항 2후판공장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극심한 업황 부진 때문이다.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수년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철강 시황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후판을 주력으로 하는 동국제강으로서는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동국제강의 작년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2분기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이후 계속 내리막 길이다. 작년 4분기에는 50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 동국제강은 현재 포항2 후판공장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부진과 철강시황 악화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포항 2후판공장의 폐쇄가 결정되면 동국제강은 충남 당진공장의 특수 후판 생산라인만 가동하게 된다. 당진공장은 플랜트 등 특수 후판, 고급 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동국제강은 이미 지난 2012년에도 포항 1후판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2후판공장까지 폐쇄할 경우 포항공장에는 봉강, 형강 등 건설 철강재 생산시설만 남게 된다.

앞서 동국제강은 사옥인 페럼타워도 매각키로 했다. 삼성생명과 총 4200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페럼타워는 장세주 회장과 동국제강에게 있어 자존심이자 상징적인 건물이다. 결국 업황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동국제강은 주력 사업 중단은 물론 사옥까지 내놓게 된 셈이다.

동국제강의 주가는 장 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지난달 21일 이후 지난 6일까지 6.92% 하락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동국제강은 잇단 악재로 기업 이미지는 물론 회사 가치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할 일이 태산인데…
 
업황 부진과 경영 악화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국제강에게 장세주 회장의 구속은 결정타다. 특히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현재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지난 1월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 전까지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오너 일가로서 동국제강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온 만큼 장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장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 사업 등은 차질을 빚지 않겠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오너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 동국제강은 그동안 장 회장을 중심으로 재무구조개선 작업과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 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장 회장이 구속된 만큼 업계에서는 그동안 추진됐던 동국제강의 핵심 사업들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률 80%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 사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에도 동국제강은 30억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간신히 자금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조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장 회장의 구속이 횡령과 불법 해외 원정 도박 등 오너의 개인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에서 야기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의 구속으로 동국제강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그동안에도 재무구조개선과 브라질 사업 등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무척 힘겨워했다"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동국제강의 입장에서 오너가 횡령 등으로 구속됐다는 점은 회사 전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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