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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회계법인]② 감사 보수, 얼마씩 쓰나

  • 2015.05.12(화) 16:03

'시급' 가장 센 곳은 제일모직
회계법인 바꾸면서 시급 깎는 기업들 적잖아

기업들은 회계감사를 받기 위해 상당한 돈을 감사비용으로 쓴다. 대부분 대기업인 10대그룹 상장사들 중에는 연간 1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30억원이 넘는 감사비용을 지출하는 기업도 있다. 2014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10대그룹 상장기업 96곳에서 회계법인에 지불한 감사보수는 총 441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감사보수를 지불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삼일회계법인에 369000만원의 감사대가를 치렀다. 그 다음으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삼일회계법인에 201600만원을 지불했으며, 현대차가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에 18억원을 주면서 뒤를 이었다.

 

감사보수를 많이 치른 기업들은 주로 그룹 주력사다. 사업 규모가 방대한데다 매출액도 크다보니 감사에 투입되는 시간도 많고 그만큼 비용도 더 지출한 셈이다. SK그룹에서는 SK텔레콤이 128000만원(삼정)의 감사보수를 지출해 5위에 올랐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쇼핑(67000만원, 삼정),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66000만원, 삼정),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생명보험(73500만원, 안진)이 각각 그룹 계열사 중 최고액의 감사보수를 지불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132000만원, 삼일)과 제일모직(10억원, 안진), 삼성생명(98000만원, 삼일), 삼성SDS(96000만원, 삼정), 삼성SDI(93500만원, 삼정)가 거액을 지출하며 회계법인의 주요 수입원 역할을 했다. 모두 10위권 내의 순위다삼성그룹 계열사 18곳이 지난해 지불한 감사보수는 총 1379300만원으로 96개 기업 전체의 31%에 달한다.

 

시급 잘 쳐주는 기업은?

 

감사보수를 많이 받더라도 감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회계법인의 순수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도 시급(時給)을 따지듯, 감사에 투입되는 시간대비 수익은 회계법인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감사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소속 회계사들을 더 길게, 더 많이 써야 한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삼성전자 감사를 완료하는데 걸린 시간은 43411시간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중 가장 길었다. 삼성전자가 지출한 감사비용이 369000만원이니 시간당 감사보수는 85000원이다.

 

삼성전자의 시간당보수가 적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를 능가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10대그룹 상장사 96곳 중 시간당 감사보수가 10만원이 넘는 기업이 10곳이고, 삼성전자보다 많이 준 기업은 31곳이나 된다.

 

감사인에게 지출하는 시급이 가장 센 곳은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안진회계법인에 감사비용으로 시간당 167224원을 지불했다. 2위인 삼성카드가 시간당 117398(안진)을 치렀으니 2위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 제일모직은 2012년에도 안진회계법인에 시간당 157531원의 높은 시급을 줬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비앤지스틸도 시간당 113387원(삼일)을 지불하면서 시급 3위에 올랐고, 지난해 LG그룹에 편입된 실리콘웍스가 시급 111448원(삼정)으로 코스닥상장사 임에도 시급순위 4위에 올랐다. 실리콘웍스는 감사비용으로 11000만원밖에 지출하지 않았지만 감사에 소요된 시간도 1000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회계감사 시급의 차이는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 기업의 자산규모나 정보산출시스템, 내부회계관리제도 상황,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 현황, 해외매출의 비중, 사업장의 수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산출된다. 제일모직과 같이 기업의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거나 소송위험이 큰 기업은 비용이 오르기도 한다. 이런 기본 틀 내에서 입찰가격을 어떻게 써낼 지는 회계법인이 고객사의 사정을 감안해 판단할 몫이다.

 

 

회계법인 바꾸면서 시급 깎는 기업들

 

기업과 회계법인의 묘한 관계는 감사보수 결정과정에서 더 복잡해진다. 회계법인들은 감사보수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기업을 원하고 기업은 감사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한다.

 

기업들은 3년마다 기존 회계법인과 계약을 연장할지, 새로운 회계법인에 감사용역을 맡길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기업은 을(乙)인 피감기관이지만 동시에 보수를 주는 갑(甲)이기도 하다. 때문에 회계법인은 기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혹은 신규로 계약을 따내기 위해 때로는 감사보수 인하도 감수한다.

 

실제로 최근 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을 보면 감사보수 총액을 줄이거나 시급을 깎는 방식으로 감사비용이 인하된 사례가 적지 않다. 용역을 따내려는 회계법인과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타협을 본 결과물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교체하면서 감사보수 총액을 27000만원에서 25500만원으로 줄였다. 게다가 삼정회계법인이 현대미포조선 감사에 들인 시간은 5072시간으로 전년도 삼일회계법인의 2863시간보다 크게 늘었다. 삼정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삼일이 받던 94306원보다 4만원 이상 적은 5276원이다.

 

한진그룹에서는 한진이 한영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교체했는데 감사보수를 13500만원에서 11500만원으로 깎았다. 게다가 삼일회계법인의 감사투입시간이 늘어나 시간당 감사보수는 한영회계법인이 받던 56485원보다 적은 47678원으로 떨어졌다.

 

GS그룹의 GS건설도 삼일회계법인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 바꾸며 55000만원에서 52000만원으로 감사보수를 깎았다. 시간당 보수도 78571원에서 74370원으로 내렸다.

 

SK그룹에서는 지난해 감사인을 교체한 상장계열사가 4곳이나 되는데 이 중 3곳이 감사보수총액을 유지하면서 감사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감사인 시급을 깎았다. SK, SK케미칼, SK브로드밴드가 모두 감사시간이 늘어나 시간당 감사보수가 떨어졌다.

 

감사보수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독립된 계약이지만 감사보수의 하락은 감사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계약을 따내기 위해 저가로 수주하거나 감사투입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일선 회계사의 업무부담이 늘고 그 결과 회계감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결국 그 피해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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