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②이런 상생 어때요? 대형마트의 변신

  • 2015.05.20(수) 10:59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달라지자!]
장인들과 손잡고 국산먹거리 집중 지원..中企와 어깨동무도

"마니아도 생겼습니다. 마트에서 우리 참외를 드시고는 전화로 6박스를 주문하시더군요. 가격은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생산해달라고 하는 유통업체도 있고요."

경북 성주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농부 이일웅(48·사진)씨는 요새 농사짓는 맛을 느끼고 있다. 15년간 유기농 참외를 고수하던 그에게 든든한 판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마트가 전개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의 10번째 장인으로 선정돼 이달부터 유기농 참외를 공급하고 있다.

▲ 유기농 참외 재배에 매달려온 농부 이을용 씨가 자신이 기른 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 남들이 말리는 '유기농' 고집한 장인

참외는 5~6월에 흔한 과일이지만 재배 자체가 까다로운 유기농은 예외에 속한다. 전체 참외 생산량의 1% 남짓한 귀한 과일이 유기농 참외다. 이유는 호박뿌리에 있다.

일반적으로 참외는 뿌리가 약해 호박뿌리와 접목해 재배한다. 호박 뿌리는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날 뿐더러 참외에 생기기 쉬운 시들음병(덩굴쪼김병)을 예방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이 참외 유기농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곤 한다.

이 씨는 "호박뿌리는 땅을 찾아다니며 양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유기농으로 참외를 수확했을 때 농약이나 비료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며 "그 위험이 커 몇해전까지도 (유기농 참외 재배를) 주위에서 말리곤 했다"고 귀띔했다.

이 씨 역시 초기 몇 년간은 실패를 맛봤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오기(傲氣)'다. 유기농에 모든 것을 건 그에게는 '질 수 없다'는 마음만큼 큰 버팀목이 없었다. 이제는 거래 관계가 전혀 없던 이마트가 그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이 씨는 "워낙 큰 거래처라 물량을 다 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 기본 앞세운 '토종마트'

이마트가 이 씨와 같은 장인에게 판로를 열어준 것은 우수한 국산 먹거리를 키우는 게 상품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산의 힘을 기획한 전선미 이마트 마케팅담당 부장은 "먹거리는 의식주의 기본이자 마트에서 가장 많이 고르는 품목"이라며 "토종마트로서 기본에서 출발하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특히 유기농에 대한 이 씨의 고집에 주목했다. 이 씨는 참외를 재배할 때 꿀벌을 이용한다. 비닐하우스 안에 벌통을 놓고 꿀벌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참외가 자연스럽게 수정되도록 한다. 참외수확이 끝난 뒤에는 토양관리를 위해 벼(조생종)를 심는다. 습지식물인 벼를 심으면 이듬해 참외농사에 필요한 땅 속 영양분이 올라오고, 개미와 진딧물 같은 병충해 예방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것도 많이 해봤지만 벼농사만큼 참외농사에 좋은 건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벼를 수확한 뒤 남은 볏짚은 소의 사료로 사용한다. 소의 배설물(축분)을 이용하면 참외재배에 필요한 천연비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참외→벼→소→참외로 이어지는 순환식 전통농업 방식을 따랐다. 허해련 이마트 마케팅담당 과장은 "직접 재배현장을 보니 다른 상품과의 차별성, 스토리, 노력 등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 "생산자에게 자부심 주고 싶었다"

 

▲ 이마트가 국산의 힘 파트너들에게 제공하는 인증패와 기념품.

국산의 힘에 선정된 농축수산물은 상품포장부터 진열, 광고까지 세심한 지원을 받는다.

 

이마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바탕 위에 환한 얼굴의 사진 주인공이 국산의 힘 생산자들이다. 이마트는 이들을 '협력사'가 아닌 '파트너'라고 부른다. 파트너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국산의 힘 명함과 인증패도 제작했다.

전 부장은 "자부심이라는 건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마토는 빨갛다는 편견을 깬 농부 박인호(53) 씨도 이마트가 선정한 국산의 힘 장인 가운데 한명이다. 2010년 알록달록한 색깔의 무지개토마토 재배에 뛰어든 박 씨는 지난해 3월 연중 상시재배에 성공해 국산의 힘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몇년간의 고생을 보상받은 셈이라 처음엔 눈물이 났다"며 "더 많은 농어민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는데 혼자 빛을 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 어깨 걸고 힘모으니 매출 '쑥쑥'

대형마트가 협력사나 생산자와 상생을 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년은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우리는 매출을 늘리는 게 협력사와 소비자에게도 도움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영업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상생이라는 추상적 단어가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마트는 중소협력사들을 '어깨동무'라는 협동조합으로 묶어 이들의 생산과 판매를 지원한다. 어깨동무가 다루는 품목은 2013년 두부에서 시작해 지금은 막걸리와 건오징어로 확대됐다. 협동조합 참여업체들은 원부자재 공동구매와  '어깨동무'라는 단일 브랜드 덕에 생산비 절감과 매출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정훈 어깨동무 두부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대기업이 두부시장의 약 80%를 차지한 상황에서 개별 중소업체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협동조합 출범 후 업체들간 정보공유와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 어깨동무 두부협동조합은 중소 두부 제조업체의 연합체다. 롯데마트의 지원으로 두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사진은 어깨동무 두부협동조합 창립총회 때의 모습이다.


◇ 희망 본 협력사, 수출길 여는 마트

어깨동부 두부협동조합은 출범 당시 7개였던 참여회사가 지금은 16개로 늘었다. 롯데마트에서 차지하는 어깨동무 두부 매출은 월평균 8억원으로 식품대기업인 대상이나 CJ보다 많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20~30% 늘었다.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어깨동무를 통해 희망을 품게 된 점이다.

김 국장은 "인도의 타타, 유럽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국의 썬키스트 모두 협동조합 형태를 띠고 있다"며 "어깨동무 두부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발전시켜 중소기업 식품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모회사인 테스코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협력사들에게 해외진출 기회를 열어주는 일에 한창이다. 영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국내 식품기업 소개에 앞장서왔던 홈플러스는 최근엔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중국 화룬그룹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48개 기업 150여개 품목의 중국수출을 지원 중"이라며 "중국 특유의 시장환경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에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신선식품과 생필품 가격인하에서도 협력사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고 자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할인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