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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세금이 ‘또’ 부족한 이유

  • 2015.05.20(수) 15:58

올해도 세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부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덜 걷히고 있다는 겁니다. 벌써 4년 째 같은 얘기가 반복해서 들립니다

 

정부가 예측한 세()수입보다 세금이 덜 걷히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입니다. 2012년에 예상보다 28000억원이 모자랐고, 2013년에는 85000억원, 2014년에는 자그마치 109000억원이 부족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1분기에 사정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연간으로는 최근 정부 전망치로도 최대 9조원 수준의 세금이 모자랄 거라고 합니다. ‘세수 펑크라고 할 만한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왜 미리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죠.

 

때가 되면 각종 세금을 꼬박꼬박 떼이는 국민들 입장에선 뭔가 이상합니다. 아니 답답합니다. 계속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부족할까요. 나라살림을 어떻게 하기에 모자란다, 펑크났다는 소리만 하는 걸까요.

 

# 반복되는 성장률의 뻥튀기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10조원 수준으로 세금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닙니다.

 

정부는 해마다 예산을 짤 때 내년에 걷힐 세금을 먼저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서 쓸 돈을 정합니다. 100만큼 세금이 걷힐 거라고 예상했다면 정확히 100만큼 쓰겠다고 계획하는 게 나라살림인데요. 실제로 100이 아니라 90밖에 안 걷힌다면 쓸 돈도 90으로 줄여야 합니다. 10만큼은 써야할 곳에 쓰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죠. 추가경정예산이라는 빚을 내어 사업을 끌고가기도 하지만 그것도 안되면 "이 사업은 돈이 없으니 그냥 올해 진행을 안할 게요"라고 고의적으로 '불용'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3412조원이 넘는 세입경정(세수입 목표를 낮추는) 추경을 편성하고도 세수입 목표를 채우지 못했고, 연말에 고의적으로 불용예산을 극대화하는 방법까지 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재정불용액은 사상 최고인 181000억원을 기록했죠. 통상 불용은 예산 편성때 계획했던 사업이 무산됐거나 예산보다 적은 돈으로 사업을 마무리 한 경우 어쩔 수 없이 남는 돈이지만, 세수가 너무 부족하니 정부가 일부러 계획된 사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용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 4년 째 예측보다 세금이 부족하다면, 정부의 예측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기준이 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내 놓습니다. 내년에 국가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세금 등 수입이 이만큼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 드는 이런 저런 사업을 하겠다. 이것이 예산안입니다.

 

세금이 덜 걷혔다는 것은 그 근거가 된 성장률 전망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연결되는데요. 특히 실제 성장률보다 과도한 전망이 계속됐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정부는 2012년에 4.5%, 20134%, 20143.9% 성장률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20122%, 20132.8%, 20143.3%에 그쳤죠.

 

같은 기간 국내외 기관들은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제시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정부가 걷힐 돈보다 쓸 돈을 우선순위에 놓고, ‘성장률 전망이 아닌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올해 예산도 4% 성장률을 기준으로 편성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기관에서부터 한국은행까지도 3%를 겨우 넘길 거라는 예측이 이미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어긋나기 시작한 국세탄성치

 

정부가 성장률을 장및빛으로 예단한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한 것도 문제지만 실제 성장률 자체가 세수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자체도 걱정스런 대목입니다. 정부가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문제죠.

 

통상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상승률)1% 오르내릴 때 세수입은 2조원 수준으로 증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상성장률 대비 국세수입증가율을 계산한 것을 국세탄성치라고 하는데요. 국세로 걷어 들이는 세금수입이 성장률에 얼마나 탄성 있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죠.

 

국세탄성치가 1이 넘으면 성장하는 것보다 세금이 잘 들어오는 것이고, 1보다 아래면 성장해도 세금이 잘 안 걷히는 겁니다. 최근 몇 년간은 국세탄성치가 계속해서 0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경상성장률이 1%가 올라도 세금이 2조원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970년 이후 국세탄성치를 분석해봤는데요. 1970~2014년의 평균 국세탄성치는 1.021이 조금 넘습니다. 시기별로 보면 경기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1.18로 높은 반면 경기가 침체하는 시기에는 0.821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2011~2014년 사이의 국세탄성치는 0.63으로 경기침체 국면에서보다 훨씬 더 낮습니다. 성장해봐야 세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나라살림을 계획하는 기획재정부는 중기재정전망에서도 오는 2017년까지 국세탄성치를 1보다 높은 1.1로 가정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세수펑크가 계속될 수 있다는 무서운 얘깁니다.

 

# 기대만 높았던 낙수효과

 

국세 탄성치를 세목별로 보면 2012년 이후 왜 세금이 눈에 띄게 모자랐는지가 더 명확해집니다.

 

세수비중이 큰 세목으로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가 대표적인데요. 경기침체시 국세탄성치는 종합소득세가 1.88, 근로소득세가 1.65로 높은 반면 법인세는 0.43으로 크게 낮습니다. 특히 2011~2014년 사이의 국세탄성치는 종합소득세가 3.23, 근로소득세는 3.20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반면 법인세는 0.46으로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집니다. 소득세는 경기에 민감하고 법인세는 경기에 둔감하다는 의밉니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 이후 법인세율을 크게 인하했습니다.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서 경기를 활성화하면 깎아준 세금보다 더 많은 세수입이 들어올 거라는 낙수효과를 믿었기 때문이죠. 물론 결과는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실패였습니다. 성장률에 둔감한 세금을 손질했으니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요.

 

한번 내리거나 깎은 세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연말정산 논란처럼 조세저항에 부딪치게 되죠.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세수 부족도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감세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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