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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의 탈출…'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 2015.05.21(목) 11:00

회계법인 떠나 기업과 공공기관에 취업
회계업계 우려에도 저변확대는 '긍정적'

회계사들이 주 업무인 감사인의 영역에서 이탈하고 있다. 기업 등을 외부에서 감시하는 외부감사인에서 벗어나 기업에 직접 몸을 담거나 회계사 자격을 바탕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그 어렵다는 회계사 시험을 통과했음에도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올해 3월말 기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한 회계사 17597명 중 휴업중인 회계사는 6127명에 달한다. 전체 등록 회계사의 34.8%. 이들은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취업해서 감사인으로 역할을 하지도 않고, 개인 사무소를 개업하지도 않은 회계사들이다.

 

휴업 회계사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33월 기준 휴업 회계사는 전체 등록 회계사의 33.1%(5281)였지만 20143월에 34.4%(5810)로 늘었고, 20153월에 34.8%(6127)로 비중과 숫자에서 모두 불어났다.

   

◇ 기업에서 공공기관까지..회계사들 진출 러시 

 

회계법인을 떠난 회계사들을 유혹하는 손길은 다양하다. 금융권이나 일반 기업에서 신규채용이나 경력채용 시 회계사 자격 보유자를 우대한 것은 옛말이고, 최근에는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도 회계사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은 신규채용에서부터 회계사 자격에 가산점을 주고 있고,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회계사로 콕 찍어서 경력채용을 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경우 7급 신규채용 시 합격자 절반가량이 회계사 자격 보유자고, 심지어 9급 말단 신규채용에도 회계사 합격자가 심심찮게 배출되고 있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에 진출하는 회계사도 많다. 금감원은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회계사 7명과 10명을 경력직 직원으로 채용했는데 경쟁률이 331, 131로 높았다. 2010년에는 7명 모집에 231명의 회계사들이 몰렸다.

 

금감원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회계사들은 인기다. 2014년 금감원 신규채용 합격자 55명 중 16명이 회계사였고, 2015년 신규채용에서도 49명의 합격자 중 14명이 회계사였다. 금감원 신입직원 서넛 중 하나는 회계사인 셈이다.

 

회계사들이 각계에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회계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와 관심의 증대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회계처리방식이 달라짐은 물론 법인세 납부기준도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국가회계에도 발생주의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세무공무원은 물론 각급 공공기관에서도 회계수요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의원실마다 회계사 채용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주장도 했다. 국회가 국가결산에 관심을 가지자는 의미였다.

 

◇ 감사인 위상추락 우려도..회계 저변 확대는 '긍정적'

 

회계사들을 원하는 곳이 늘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회계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기업체 취업은 물론 9급 하위직 공무원에까지 회계사들이 진출하면서 회계사 자격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감사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버리고 한 푼이 아쉬운 월급쟁이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직업선택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회계사들이 말단 공무원으로까지 진출하면서 전체적인 회계사 위상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중심의 생태계가 회계사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회 계법인들이 신입회계사 채용과정에서 회계사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지만 고된 업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때문에 회계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계법인 회계사의 55%를 보유하고 있는 4대 회계법인의 이직률은 20%가 넘는다. 4대 회계법인의 경력 5년차 미만의 비중이 57%수준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이직자는 신입회계사들이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계사들이 기업이나 다른 기관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더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사람을 뺏기는 회계법인들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회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회계사들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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