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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전기차 '트위지' 살아남을까

  • 2015.05.22(금) 09:07

르노·르노삼성, '트위지' 전기차 인정에 총력
부족한 편의사양·안전성 문제..업계 "성공 어렵다"

르노삼성이 승부수를 띄웠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다. 르노삼성은 이제 막 시작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위지'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트위지'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전기차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럽과 한국의 시장 환경은 확연히 다르다. 각종 사양과 제원 등도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못미친다. 관련 법규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트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트위지=전기차'에 올인하는 이유

현재 르노는 국토교통부에 '트위지'를 자동차로 볼지, 이륜차(오토바이)로 볼지를 분류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태다. '트위지'가 자동차로 인정받느냐, 아니면 이륜차로 인정받느냐는 르노와 르노삼성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만일 이륜차로 승인이 날 경우, 르노와 르노삼성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트위지'는 승용차와 이륜차의 중간형태다.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경계선상에 있다. '트위지'는 1∼2인이 탑승한다. 따라서 경차로 분류하기가 애매모호하다. 안전성에서도 경차보다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륜차일까. 이 부분도 모호하다. 이륜차와는 모양이나 성능이 다르다. 이륜차는 조향장치(핸들)가 '바(bar)' 형태여야한다. '트위지'의 조향장치는 일반 자동차와 같은 운전대다. 바퀴도 자동차와 같은 4개다. 유럽에서는 '트위지'를 자동차와 이륜차의 중간 형태로 분류해둔 상태다.

 

▲ 르노삼성은 현재 '트위지' 띄우기에 나선 상태다. '트위지'는 자동차와 이륜차의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만일 우리 정부가 '트위지'에 대해 이륜차로 결론을 내린다면 '트위지'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가 '트위지'를 자동차로 분류한다면 '트위지'는 전기차에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면 가격이 저렴해진다. 그리고 어떤 도로라도 마음대로 달릴 수 있다. 르노와 르노삼성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륜차로 분류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도로교통법에 따라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할 수 없다. 이륜차를 경차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데다 주행할 수 있는 도로에도 제약을 받는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르노와 르노삼성이 '트위지' 전기차 만들기에 적극 나서는 까닭이다.
 
르노삼성은 '트위지'를 전기차로 인정 받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시, BBQ와 MOU를 체결하고 BBQ의 배달 차량으로 '트위지' 카고 모델을 제공해 시범운행에 들어간 것도 '트위지=친환경 전기차'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 자동차로 승인나도 문제..안전성 등 의문

르노와 르노삼성의 뜻대로 '트위지'가 자동차로 승인을 받아도 문제는 남는다. '트위지'는 초소형 차량인 만큼 각종 사양에서 일반 승용차에 못미친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양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자동차에 대한 니즈와 수준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또 '트위지'의 변속기에는 P, 즉 주차 기능이 없다. 사이드브레이크로 주차해야 한다. 옆문은 물론 옆창문도 없다. 옆문과 옆창문은 옵션사항이다. 유럽에서는 옵션사항으로 소비자가 원할 경우 부착해 판매한다. 또 문 바깥쪽엔 손잡이가 없다. 문을 열기위해서는 밖에서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안쪽 손잡이를 당겨야 한다.
 
▲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위지'의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일단 초소형차인 만큼 각종 편의사양과 안전성 측면에서 일반 자동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대한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초소형 차량이다보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트위지'의 범퍼는 얇고 작다. 초소형차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원가절감에만 신경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에어백, 4점식 안전벨트, 4륜식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장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트위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토바이의 확장된 개념으로 보면된다"면서 "국내에 새로운 형태의 차종을 들여오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포장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마치 동남아시아에서 운행되고 있는 '뚝뚝이'를 자동차라고 우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트위지'는 어떤 차?

르노삼성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트위지'는 르노가 지난 2012년 출시한 초소형 전기차다. 크기는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최대 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2인용 승용과 1인용 카고형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일반 자동차 주차공간에 3대까지 주차할 수 있다. '트위지'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최대출력 17마력(14kw), 최대토크 57Nm 동력 성능을 갖췄다. 최고속도는 80㎞/h다. 한번 충전으로 80㎞가량 주행할 수 있다. LG화학이 공급하는 6.1kWh 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있다.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다.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가격은 6990~8490유로, 우리 돈으로 약 844만~1026만원이다.
 
▲ 르노가 지난 2012년에 출시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유럽의 도로 상황에 특화된 차량인데다, 친환경적인 전기차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1만5000대가 판매됐다.

'트위지'는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유럽에서만 1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카셰어링과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 용도로 사용된다. 트렁크 공간을 최대 55ℓ까지 늘릴 수 있어 근거리 소매 물류 운송차량으로도 인기다. 또 개성 강한 디자인과 20가지 색상, 30가지 패턴에 달하는 폭넓은 선택사양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유럽에서 '트위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유럽은 도로가 좁고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다. '트위지'는 이런 문제를 한번에 해결했다. 유럽의 특성에 적합한 차량이다. 또 하나는 친환경차라는 점이다. 순수전기차로 공해물질 배출이 없다. 환경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시장에서 통한 이유다.

▲ '트위지 카고' 모델. '트위지'는 현재 유럽에서 카쉐어링이나 세컨드카 혹은 근거리 소매 물류 운송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르노는 한국 시장에서도 '트위지'가 유럽의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까다로운 유럽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은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준중형 전기차 SM3 Z.E.를 앞세워 전기차 저변 확대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트위지'로 라인업을 강화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르노삼성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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