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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너도나도 '허니' 1위

  • 2015.05.28(목) 10:44

'입맛대로' 닐슨 자료 해석 1위 경쟁.."아전인수"

 
국내 제과업계 ‘맏형’들이 허니 맛 스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허니 맛 스낵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1위가 뒤바뀔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몇 달 안에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업체 간에 잡음도 나오고 있다. 1위 선정 기준이 제각각이서다.

롯데제과는 최근 꼬깔콘의 지난 4월 매출이 102억5000만원으로 국내 스낵 시장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기준은 닐슨코리아 4월 포스데이터 자료다. 회사 측은 “꼬깔콘 출시 32년 만에 얻은 1위 영예”라며 “올해 2월에 선보인 꼬깔콘 허니버터맛이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롯데제과는 전체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꼬깔콘에 이어 2위는 오리온 포카칩(91억7000만원), 3위는 농심 새우깡(59억4000만원), 4위는 오리온 오감자(58억6000만원), 5위는 농심 수미칩(47억8000만원) 정도만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실적을 공개하기 어렵고, 닐슨에서도 자료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위는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였다. 농심은 지난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올해 1분기(1~3월) 매출 130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2위는 농심 새우깡(114억원), 3위는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110억원), 4위는 해태 맛동산(106억원), 5위는 오리온 오징어땅콩(102억원)이 차지했다.
 


농심과 롯데제과는 모두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했다. 똑같은 자료를 썼지만, 잣대는 달랐다. 롯데제과는 ‘브랜드’ 별로, 농심은 ‘제품’ 별로 기준을 나눴다. ‘제품’은 ‘브랜드’의 하위 개념이다. 예컨대 오리온 포카칩은 ‘브랜드’고, 포카칩의 종류인 오리지널·어니언·스윗치즈 등은 ‘제품’이다.

이날 롯데제과가 발표한 꼬깔콘 브랜드 매출은 고소한 맛·군옥수수 맛·허니버터 맛 등 여러 가지 제품군 매출의 합이다. 농심의 기준에 따라 ‘브랜드’가 아닌 ‘제품’으로 기준을 나눴다면 1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농심과 롯데가 인용한 닐슨코리아 자료의 공통점이 있다면, 원조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순위가 뒤로 밀려있다는 점이다. 농심이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올 1분기 제품 매출 순위에서 허니버터칩(87억원)은 6위에 머물렀다. 허니버터칩은 롯데제과가 발표한 4월 브랜드 매출 1~5위에도 끼지 못했다.
 
하지만 해태제과가 자체 집계한 결과는 정 반대다. 허니버터칩이 1위다. 해태제과 측은 "실제 허니버터칩 올 1분기 매출은 소비자가 기준으로 184억원, 실제 판매가를 적용하는 닐슨의 조사방식으로 계산하면 147억원"이라며 "지난달 농심에서 닐슨을 인용해 밝힌 87억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 등 해태제과의 허니시리즈는 올 초부터 매달 완판되고 있다”며 닐슨코리아 자료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닐슨은 과자 포장지의 바코드를 기준으로,  일부 매장만을 샘플링해서 매출을 구하고 있다”며 “경향을 볼 수 있는 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닐슨코리아와 실제 매출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매출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는 실제 판매 가격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하지만, 매 분기 회사가 공식 집계하는 실적은 ‘순매출’이 기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권장소비자 가격의 72% 수준이 총매출이고, 총매출에서 유통업체별로 주어지는 할인율을 빼야 순매출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권장소비자 가격 1000원짜리 과자를 팔았다면, 이 제과업체에 떨어지는 순매출은 700원도 안되는 셈이다.

회사 측이 비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적도 마찬가지다. 이날 롯데제과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꼬깔콘 허니버터맛은 지난달에만 약 50억원 어치가 팔려 나갔다”고 밝혔는데, 이는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한 실적이다. 실제 순매출보다는 30%가량 부풀려져 있는 셈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닐슨코리아 자료를 홍보에 활용하면서 업체별로 유리한 것만 취해 부풀리고 있다"며 "아전인수식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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