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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 신은 이랜드, 브랜드 '밸런스'는 고민

  • 2015.06.01(월) 09:52

이랜드월드, 작년 뉴발란스로 900억 영업이익
티니위니 등 32개 브랜드 총 이익 150억 불과
뉴발란스에 4년간 로열티만 713억원 지급

▲ 지난해 뉴발란스 강남점 앞에 소비자들이 신제품 '880 달마시안' 운동화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사진 = 뉴발란스 페이스북)

 

이랜드 영업전략은 ‘저인망식’이다. 다수의 브랜드와 매장으로 촘촘히 짠 그물로 국내 패션시장을 바닥부터 끌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대어가 그물망에 걸린다. 바로 이랜드가 국내 판권을 가진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 같은 경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뉴발란스를 통해 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이랜드월드 국내 패션부분 영업이익(1050억원)의 85.7%에 달한다. ‘뉴발란스가 이랜드를 먹여 살린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뉴발란스는 고(故)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었던 신발로 유명하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검은색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 아래 뉴발란스 신발을 신었다. 미국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야 소개됐다. 국내에서 브랜드가 성장한 계기는 이랜드가 판권을 인수하면서다.

이랜드가 운동화를 푸마(puma)에서 뉴발란스로 갈아 신은 때는 2008년. 이랜드가 1999년부터 8년간 국내서 팔아온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라이센스 계약이 2007년 종료되면서다. 푸마의 빈자리는 컸다. 이랜드 매출은 24% 급감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뉴발란스다. 이랜드는 2009년 말 뉴발란스와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뉴발란스는 젊은 층에서 ‘뉴발’로 불리며 단 기간에 나이키·아디다스와 어깨를 견주는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패션 업계에 잔뼈가 굵은 이랜드 영업력의 공이 컸다.

 

 

2008년 300만원에 불과하던 국내 뉴발란스 매출은 650억원(2009년), 1650억원(2010년), 3000억원(2011년), 3900억원(2012년), 4100억원(2013년), 4500억원(2014년)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 국내 패션사업이 지나치게 뉴발란스에 치중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랜드는 국내에서 티니위니·로엠·EnC 등 33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뉴발란스를 제외한 32개 브랜드 실적은 부진하다. 뉴발란스가 한해 900억원을 버는 동안, 나머지 32개 브랜드는 총 150억원을 버는 데 그쳤다.

뉴발란스로 이랜드 패션 사업의 ‘밸런스’(균형)가 깨진 셈이다. 이랜드월드 측도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개선되지 않으면, 뉴발란스의 실적에 따라 회사 매출이 급격하게 변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랜드가 주로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와 팔다보니,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그러다보니 장사가 잘 될수록 로열티 부담도 늘고 있다. 43억원(2011년), 203억원(2012년), 209억원(2013년), 258억원(2014년) 등 지난 4년간 뉴발란스에 지급된 로열티만 712억5300만원에 이른다. 이랜드가 지난해 뉴발란스로 번 영업이익의 29%를 로열티로 미국에 송금한 셈이다. 로열티 지급 비율은 신발은 7%, 의류는 6.5% 선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랜드는 다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뜨는 브랜드도 있고, 지는 브랜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발란스는 스테디셀러 브랜드로 가고 있어, 실적 등락이 심하지 않다”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과 같이 매출 규모 1조원 이상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나머지 브랜드를 ‘구조조정’하고 있다. 돈 안 되는 브랜드를 뭉쳐, 하나의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는 것. 올 7~8월에는 주얼리 SPA브랜드 ‘라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패션사업부의 이익구조가 뉴발란스에 쏠려있지만, 회사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는 균형이 잡혀있다. 이랜드월드는 패션 외에도 유통, 외식, 레저 등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고, 특히 중국 패션 사업을 통해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SPA 등 브랜드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 패션 사업과 뉴발란스 등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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