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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전쟁] 15년 만에 뚫린 신규특허 철벽

  • 2015.06.01(월) 16:34

그야말로 혈투다. 이기기 위해 경쟁하던 기업과 손을 잡기도 하고, 잘 나가던 매장을 통째로 내 놓기도 했다. 이미 접었던 사업에 다시 손을 대거나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사업이지만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따 내기 위한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이 말 그대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치열함을 만든 것은 '수익에 대한 열망'이다.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1곳이 창출할 수 있는 순이익은 유통업계 추산으로 최대 1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신세계그룹이나 호텔부문에서 그늘이 드리운 호텔신라, 홈쇼핑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백화점 등이 오너들의 이름까지 내걸면서 앞 다퉈 출사표를 던진 이유다.

 

이른바 유통 공룡들이 신규면세점 특허에 혈안이 돼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기회의 희소성이다.

 

관세당국이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허용한 것은 지난 2000년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 이후 무려 15년만이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은 알 수 없다. 기업들에게 15년만에 녹아내린 규제의 문턱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다. 게다가 면세점이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잠재력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는 추세다.

 

 

한국경제 죄인에서 희망으로..면세점의 위상변화

 

2000년대 후반에만 해도 신규 면세점은 죄악과도 같았다.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유치가 목적이었지만 2000년대만 해도 외국인보다 내국인 이용객이 더 많았다. 여행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자 했으나 애매한 규정 때문에 이를 이용한 내국인들이 크게 늘고, 이 과정에서 외화벌이보다 외화유출이 더 많아졌다.

 

시내면세점에서의 내국인 이용객수는 200020.8% 비중이었지만 200442.2%로 뛰고, 2006년에는 65.5%까지 치솟았다. 시내면세점 매출에서도 내국인 비중은 20007%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50.8%로 과반을 넘게 됐다.

 

덕분에 관광수지는 200063000만 달러 흑자에서 200117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적자폭이 200438억 달러, 200562억 달러, 200684억 달러로 급증했다.

 

정부는 뒤늦게 면세점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신규 특허를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특허도 일정 기준이 미달하면 갱신을 해주지 않는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이 50%가 넘어야만 특허를 갱신해주고, 신규 특허 역시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수와 매출액 비중을 따져서 외국인 비중이 절반이 넘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의 불만은 폭주했다. 당시 상황으로는 외국인 비중 50%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여년 사이 상황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신규 특허 요건을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면세점이 없어서 모자랄 정도의 상황까지 왔다. 올해 4월 현재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비중은 인원수에서 58.4%까지 올랐고, 매출액에서는 83.6%라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액도 2009년 30억 달러 수준에서 2014년 80억 달러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고심을 거듭하도 있는 정부에게도 이만한 반전 카드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내수진작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내에만 3곳의 신규 면세점을 허가하기로 하고 제주에도 1곳의 신규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기회의 땅서울...다시없을 것 같은 신규면세점

 

철옹성 같았던 규제가 풀렸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서울에서 새로운 면세점이 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올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서울시내에 허용된 신규면세점 특허는 대기업 2개와 중소중견기업 1개 등 3개다.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이 6곳이니 50%에 해당하는 문호가 개방된 셈이다. 이후에는 총 9곳의 시내면세점이 서울 하늘 아래서 경쟁하게 된다.

 

6곳이 경쟁하는 것과 9곳이 경쟁하는 것은 전혀 다른 환경이다. 롯데면세점이 52%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신라면세점을 포함한 양대 면세점이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지만, 새로운 면세점이 추가되면 이러한 과점형태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특히 서울은 중요한 매출 거점이다. 중국인 등 주요 관광객들의 소비처가 명동, 동대문, 홍대 등 서울에 몰려 있다. 신규특허를 희망하는 업체들 상당수가 이들 지역에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신규면세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지만, 이번 신규특허 이후에 또 언제 신규특허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신규특허 기준이 되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번 잡으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을 절체절명의 기회를 차지할 주인공은 두달 후에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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