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新성장동력]시스템반도체 "먹거리가 많다"

  • 2013.07.26(금) 17:23

시스템반도체, 메모리시장 4배..성장속도 빨라

한국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들의 성장이 정체 조짐을 보이는 반면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할 만한 분야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중국의 추격으로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기존 제조업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만한 산업을 소개한다.[편집자]

반도체산업 관련 뉴스를 보던 김모씨는 '어,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분명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업계를 석권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이날 그가 본 세계 반도체기업 순위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1위는 익히 들어본 인텔, 삼성전자는 2위였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으로 TSMC,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도시바, 르네사스 등 처음 들어본 이름들이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10위권안에 간신히 들어가 있었다. 김모씨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인터넷을 뒤져본 후에야 그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분야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한정된다. 반도체시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그리고 이것을 제외한 시스템반도체(SoC)로 구분된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조금씩 밀리는 것은 시스템반도체 시장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 시스템반도체 '먹을거리가 많다'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보면 각종 첨단장비들이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가 기계의 영역을 벗어나 전자제품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와 디지털TV, 냉장고, 휴대폰 등에는 모두 시스템반도체들이 들어간다. 시스템반도체의 품질이 그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정도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뎀칩 등 시스템반도체 제품들의 비중은 35%에서 40%까지 차지한다. 메모리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인 셈이다.
 
시스템반도체는 각 제품별 특성에 맞는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다.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인 메모리반도체와 구별된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수조원을 들여 대규모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것과 달리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생산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팹리스(Fabless) 기업들이 많다.
 
팹리스 기업들은 제품 특성에 최적화된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맡는다. 그리고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 기업을 통해 제품화한다. 대표적인 파운드리 회사가 대만의 TSMC다. TSMC는 세계 각지의 팹리스 회사로부터 주문받은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것만으로도 전체 반도체업계 순위 3위에 올라있다.
 
실제 시스템반도체 시장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약 4배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메모리 시장규모가 529억달러였던 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1952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2022억 달러로 예상되고, 5년후에는 255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것도 메모리 분야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 기술·인력 장벽 넘어라
 
하지만 메모리분야와 달리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삼성전자가 모바일AP(세계 2위), 카메라에 탑재되는 CMOS 이미지센서(세계 3위), 디스플레이구동칩(세계 2위) 등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의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대부분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영세한 중소기업들이다.
 
국내 상위 50개 팹리스 기업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7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모바일 SoC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퀄컴의 매출액은 132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 상위 50개 팹리스 기업들의 매출을 모두 모아도 퀄컴 매출의 13% 수준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성과도 모바일 분야에 국한된 얘기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분야에서 퀄컴에 이어 2위 업체지만 가전용이나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이름을 찾기는 어렵다.
 
이는 무엇보다 높은 기술장벽때문이다. 자동차용 ECU, 모바일용 모뎀칩, 전력반도체 등의 국산화율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절대량을 모두 해외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자동차와 모바일 등 수요산업과 연계해 시장규모가 크고 단기 상용화가 가능한 부분부터라도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선 기술인력도 필수적이다. 국내의 기술인력 양성기반이 취약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설계인력이 부족하고,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 팹리스 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은 설계에서 나오는 만큼 이같은 역량을 강화하고 하드웨어에서부터 시스템반도체, 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종합적으로 기획·설계할 수 있는 고급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최근 우수한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고급인력 유치 및 육성을 위해 해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학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총 3600명의 시스템반도체-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