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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성장동력]엔지니어링 "머리로 건설하라"

  • 2013.07.26(금) 17:41

국내건설사, 상세설계·시공 강하지만 핵심 기본설계·FEED 취약

한국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들의 성장이 정체 조짐을 보이는 반면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할 만한 분야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중국의 추격으로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기존 제조업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만한 산업을 소개한다.[편집자]

 

인천 송도와 공항을 잇는 인천대교(2009년 10월 개통)는 해상구간 길이만 12.7km에 달하는 국내 최장교량이다. 총 사업비가 2조4680억원에 이르는 이 다리는 삼성물산이 구조물을 지상에서 제작해 바다로 옮겨 거치하는 신 공법으로 52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완공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물산이 일으킨 매출은 사업비의 절반 수준인 1조3221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1조1459억원은 영국의 엔지니어링 업체 에이멕(AMEC)과 일본 설계업체 조다이의 몫이었다. 이 외국 업체들은 시공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타당성 조사, 기획, 설계 등을 맡았다.

 

◇ 수주금액 절반은 해외 엔지니어링社 차지

[야간 경관조명이 켜진 인천대교의 모습(사진: 인천대교주식회사)]


국내 건설경기 불황과 해외 저가수주라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엔지니어링 능력의 확보는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꼽힌다.

 

우리 건설사들은 우수한 건축·토목 및 플랜트 시공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700억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에도 수익이 시원찮은 게 문제다.

 

이는 선진국 엔지니어링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설계분야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수주한 플랜트·대형 교량도 기획이나 설계역량 부족으로 수주금액의 약 30~40%를 해외 엔지니어링사가 가져가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쿠웨이트 최대 규모 복합발전소인 '사비야(SABIYA) 가스 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도 마찬가지. 총 26억달러의 사업비 가운데 타당성조사, 기본설계,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요자재 조달을 맡은 미국의 KBR컨소시엄이 12억2000만달러를 가져갔고, 현대중공업은 상세설계와 시공만 맡아 13억8000만달러만 챙겼다.

 

◇ "종합 설계능력 부족 → 해외 현장 손실로"

[주요 산업 내 엔지니어링의 위치(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미국과 유럽, 일본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는 부가가치율이 56%로, 건설업(21%), 제조업(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 유력 건설전문지 ENR이 선정한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기업 중 우리나라 업체는 현대엔지니어링(47위)를 포함해 7곳뿐이다. 엔지니어링 영역의 해외시장 수주액은 7억9000만달러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2%에 그친다. 점유율은 미국(34.9%), 영국(11%), 네덜란드(11%) 순이다.

 

플랜트 공사의 경우 설계는 기본설계와 FEED(Front End Engineering and Design ;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의 중간과정), 상세설계로 나뉘는데 국내 건설사들은 상세설계 능력은 있지만 기본설계와 FEED 분야가 취약하다. 

 

최근 해외 건설 사업성이 악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종합적인 설계능력을 키워야 발주처와의 협상력도 높이게 되고 잦은 설계 변경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급인력 양성 '급선무'

 

가장 큰 문제는 엔지니어링 고급인력의 부족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 플랜트 엔지니어링시장은 점차 커지고 복잡해져 엔지니어의 전문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해외 수주 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시공까지 전 단계를 총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행 능력뿐 아니라 현지 업체와 영어 등으로 회의를 주재할 의사소통 능력까지 갖춘 엔지니어링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설계, FEED를 교육할 역량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작년 설립된 포스텍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에서 재직자를 대상으로 매년 40여명의 석·박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술격차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고도화 전략'을 들고나오며 엔지니어링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우수 공과대학에 엔지니어링디자인연구센터(EDRC)를 신설, 오는 2017년까지 20곳을 만들기로 했다. 엔지니어링특성화대학원도 2020년 1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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