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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9>현대성우 ①現代 사랑

  • 2013.07.29(월) 10:06

35살 이른 나이에 3개社 사장…화제의 결혼
요란했던 계열사재편…지금은 한지붕 아래로

범현대가의 성우오토모티브는 올해 5월 회사 이름을 총 12자의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이하 현대성우)’로 개명(改名)했다. 앞뒤로 ‘현대(現代)’와 ‘코리아(KOREA)’ 를 붙였다. 서한정기→성우정공→성우오토모티브로 이어지는 사명의 변천사에서 ‘현대’를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성우그룹에 뿌리를 둔 현존하는 방계기업 중  ‘현대’와 ‘성우’를 함께 쓰는 유일한 곳이 됐다.

고(故)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이 그룹명을 ‘성우(星宇)’로 정하고 ‘탈(脫) 현대’에 나선 게 1990년이다. 현대성우의 오너인 4남 정몽용(52) 회장에게는 지금의 ‘현대’는 벗어나고 싶지 않은 햇살 같은 존재다. 방계가(家)라고 해서 맘대로 달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범현대가(家)와의 교감도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범현대그룹 특히, 종가(宗家) 현대기아차그룹은 오늘의 그를 만들어준 힘이다. ‘현대’라는 실리(實利)의 날개를 단 정 회장이 해외를 향해 더 높이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빠른 대물림

정 회장은 영동고와 경희대 무역학과를 나온 뒤 미국으로 유학해 아메리칸대 대학원에서 재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막내의 몫을 떼줬다. 1987년 성우종합상운 이사를 시작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정 회장이 성우그룹 종합기획실장으로서 성우정공, 성우종합상운, 성우종합화학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던 때가 1996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 35살이었다. 이듬해에는 3개사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자동차부품과 물류를 중심으로 자신의 사업기반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분가(分家)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2000년 6월 성우정보, 타이거넷, 성우정보기술 3개사의 계열분리를 신청했고 2개월 뒤 매듭지었다. 맏형 정몽선(59) 성우그룹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난 정 회장은 이듬해 1월에는 성우오토모티브, 현대에너셀, 성우정보기술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함으로써 불혹(不惑)의 나이에 독자적인 자신의 존재감을 대외에 드러냈다.

◇인촌가와 혼맥

정 회장은 형들과 달리 유력가문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세간에 떠들썩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1988년 김수혜(50)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정 회장의 장인이 체육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 김상겸 고려대 명예교수다. 김 명예교수는 동아일보와 고려대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막내아들이다. 김 명예교수는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스키협회장,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고려대 사범대학장 등을 지냈다.

정 회장은 인선·호선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후계 작업은 서두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정 회장 자신이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오너로서 왕성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고 자녀들 또한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성우의 지분 100%를 소유한 절대주주로서 지분 승계 움직임은 더더욱 없다. 회사도 전문경영인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엄준섭(61) 사장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롯데건설, 신성 등을 거쳐 성우그룹의 본가인 현대시멘트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태백관광개발공사 사장을 지낸 뒤 2010년 11월 현대성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현대차의 힘

정 회장은 2000년 계열분리를 전후로 요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계열사들을 만들고 없앴다. 성우에너셀, 성우엠아이에스, 현대오토모티브, 성우메탈테크, 케이엠알씨 등 듣도 보도 못한 회사들이 그것이다.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뗏다 붙였다를 수시로 했다. 사명도 자주 갈아치웠다. 현대성우 감사보고서의 주석란에 적힌 회사개요 내용이 지저분할 정도로 장광하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성우의 한 지붕 아래 모여있다.

산만함 속에서도 밑바탕에 흐르는 하나의 뚜렷한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바로 현대기아차그룹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업적 긴밀함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황태자’ 정의선(43)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라는 든든한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정 회장의 공(功)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현대성우가 가는 길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이란 든든한 디딤돌이 놓여있다. 정 회장이 분가한 지도 13년이다. 강산의 변화가 어찌 기업의 변화에 미칠까. 현대차의 엔진을 단 현대성우는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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