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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세무조사가 '특별'한 이유들

  • 2015.06.18(목) 17:35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 대거 투입
세무조사 면제혜택도 무용지물..무슨 미운털 박혔길래

다음카카오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여러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말 검찰의 감청요청에 불응하고,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다음 홈페이지 메인뉴스에 배치하는 등 정권에 불리한 여론조성에 기여한 것이 '괘씸죄'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정권의 포털 길들이기 의혹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과정에서 계열사 부당지원 및 탈세혐의가 포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 관계사 임직원들이 합병 직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벌금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검찰수사 지원 성격의 세무조사라는 것이다.

 

또 미국 영주권자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탈세혐의로 미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으면서 이와 연계된 조사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다음카카오측과 국세청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세무조사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 국세청 중수부 요원 60여명의 기습 

 

실제로 16일 다음카카오 판교 사무소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조사인력 50~60명이 투입됐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특정한 혐의가 있거나 국세청장의 지시가 있을 때에만 움직이는 조직이다. 검찰의 대검찰청 중수부에 빗대어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4~5년에 한번씩 받는 법인 정기세무조사는 조사1국에서 전담한다.

 

다음카카오측에 세무조사가 나온다는 사전 통보도 없었다. 정기조사는 조사 개시 10일 전에 조사가 나간다는 통보를 하도록 돼 있지만 특별 세무조사는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통보없이 기습적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이번 조사는 특별 세무조사다.

 

조사인력이 60명이나 투입된 점도 눈길을 끈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별조사가 진행될 경우 100여명의 조사요원이 투입되기도 하지만 통상 조사요원 투입규모는 30명 안팎이 많다. 다음카카오의 기업규모를 감안하더라도 60명의 투입은 행정력이 과도하게 투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 2013년 '모범납세자'로 뽑힌 다음, '까방권'은 무용지물?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지난 2013년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점은 이번 세무조사가 왜 특별한지를 또 한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그 포상의 훈격에 따라 국세청장 표창 이상을 받으면 3년간, 지방국세청장 표창이나 세무서장 표창을 수상하면 2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다음은 국세청장 표창보다 높은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정부의 약속대로면 최소 3년간은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다음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두번이나 세무조사를 나왔다. 2014년 4월에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번에 1년 만에 또 세무조사를 나왔다. 2014년과 2015년 모두 특별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속된 말로 3년간 '까방권'(까임방지권)을 획득한 것이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세무조사 유예기간이라 하더라도 특정 탈세혐의가 포착되거나 범칙조사사유가 발생하면 특별세무조사는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유예기간 중 1년 새 2차례나 세무조사가 진행됐다면 첫번째 조사에서는 뭘 했는지에 대한 국세청의 과오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 2014년 10월 8일 국정감사장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중앙)과 국세청 간부들의 모습.

 

# 합병이 문제라면 다른 합병은?

 

다음이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면 이번 세무조사는 합리적인 명분을 갖는다.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계열분리시에는 이를 전후해 기업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탈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한 것은 2014년 10월 1일이다. 세무조사는 불과 8개월 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인수합병 등이 문제라면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서 맞지 않는다. 인수합병은 세무조사를 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명분이 되지만, 합병이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세무조사가 나가는 선례는 많지 않다. 1년에서 길게는 3~4년 후에 세무조사를 하기도 하고 정기 세무조사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선 다음카카오와 같이 가장 최근에 특별세무조사를 받고있는 신세계 이마트를 보자.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분할된 후 지난 5월에 첫 조사를 받았다. 역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분할 이후로만 봐도 4년만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시절인 2013년에 패션·리조트 부문과 합병했고, 이후 2년 뒤인 올 4월에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조사주체도 조사4국이 아닌 조사1국으로 정기세무조사다.

 

2009년 워커힐과 합병한 SK네트웍스도 4년 후인 2013년 4월에야 합병 후 첫 세무조사를 받았다. 합병 문제만으로는 다음카카오가 1년 사이 두번이나 세무조사를 받은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본사는 제주인데 서울에서 세무조사?

 

다음카카오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특별 세무조사이면서 교차 세무조사라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교차 세무조사는 지역 기업이 지역 세무당국과의 유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다른 지역의 지방청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조사방식이다. 부산지역의 기업이지만 부산국세청이 아닌 서울국세청이 세무조사하는 식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본사는 제주에 있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제주를 관할로 두고 있는 부산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더욱이 이번에 조사가 진행된 다음카카오 판교사무소는 분당에 소재하기 때문에 이곳의 관할은 경기지역을 관할로 둔 중부지방국세청 소관이다.

 

그럼에도 서울국세청에서 조사요원을 긴급히 내려보낸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정치적 배경의 가능성이다.

 

실제로 교차조사의 경우 유착을 막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치 세무조사로 활용되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태광실업은 부산 기업이지만 세무조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세무조사의 시작시점은 묘하게도 미국산 쇠고기파동으로 온 나라가 촛불집회로 가득찼던 시점 직후다.

 

교차조사는 태광실업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인 정산개발, 제피로스 골프장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모두 부산 지역 기업이지만 서울청 조사4국이 조사했다.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검찰수사와 맞물려 박연차 게이트로까지 확대됐고,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다.

 

# 정권에 밉보여 세무조사 받나?

 

다음카카오에 대한 세무조사가 논란을 낳고 있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창립자이자 대주주였던 이재웅씨는 세무조사가 있던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무조사를 당하는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는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왜 다음,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첫 보도 25일 후, 세월호 사건 10일 후, 그리고 그게 마무리된 지 1년도 안되어서 메르스 발병 26일 후에 실시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과 다음카카오는 2008년 5월, 2014년 5월, 2015년 6월(진행중) 세무조사를 받았다.

 

교차조사는 어느 지역청이 하든 해당 지역청만 아니면 가능하지만 정치성향을 띤 조사는 국세청장의 지시를 따르는 서울청 조사4국이 전담했다. 다음카카오의 세무조사를 부산청도, 중부청도 아닌 서울청 조사4국이 하고 있다는 점도 일부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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