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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 '정부 역할론' 대두

  • 2015.06.22(월) 14:27

22일부터 모바일IPTV 지상파 중단
수년째 문제반복 '근본 해결 필요'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모바일IPTV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재송신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단순한 사적 사업영역을 떠나 공익성을 추구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역할이나 법적 장치 마련은 미흡한 상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22일 0시부터 모바일IPTV에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이동통신 3사도 이달 1일부터 모바일IPTV에 신규 가입하는 이용자들에게 지상파 방송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 이용대가다.

 

지상파 3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콘텐츠 공급사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이 가입자 1인당 1900원이던 지상파방송 콘텐츠 이용대가를 39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이통사와 IPTV 업체들이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계약 조건이 달라 기존 이용자들에게 오는 11월30일까지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다른 업체들과 지상파 방송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지난 2012년 지상파재송신 분쟁으로 KBS2 방송이 2일간 중단된 바 있다.

 

◇반복적 갈등 이번에 또

 

지상파방송과 플랫폼 사업자간 재송신 분쟁은 수년간 지속됐다.

 

2011년 4월14일에는 MBC가 위성방송의 수도권 HD방송 공급을 중단시켰다. 당시 6일만에 콘텐츠 가격협상이 타결돼 방송이 재개됐지만, 같은달 27일 SBS가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을 중단했을 때는 48일이나 방송중단이 지속됐다.

 

2011년 11월28일에는 반대로 케이블TV 업체들이 지상파 3사의 HD방송 송출 중단했다. 이때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로 8일만에 방송이 재개됐다. 이어 2012년 1월16일에도 케이블TV가 KBS 2TV의 HD·SD 방송송출을 이틀간 중단했다. 또 2014년 6월18일 지상파의 모바일IPTV 브라질월드컵 중계 중단과 이번 지상파방송의 모바일IPTV 서비스 중단까지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원인을 단순화시켜 보면 사업자 간 수익 싸움이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플랫폼사업자들은 의무재송신 채널 중 KBS1, EBS를 제외한 KBS2, MBC, SBS 채널에 대해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지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상파방송은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적자를 메우겠다는 생각이고, 플랫폼사업자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재송신료의 일방적인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익성 강한 지상파 방송

 

하지만 계약 당사자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마냥 방관할 사안도 아니다. 지상파방송은 의무재송신 채널이고 주파수 사용도 무료로 할 만큼 공적역할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초 국내 방송·스포츠계를 술렁이게 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스포츠마케팅사인 IB스포츠가 국내 지상파방송사를 제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중계권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방송사의 전유물 처럼 여겨졌다. 이 회사는 MLB사무국과 직거래로 중계권을 확보한 뒤, 계열 채널인 엑스포츠(Xports)를 통해 중계하고 지상파방송사에게도 중계권을 재판매 했다.

 

방송사업이 단순한 사적 사업영역 이었다면 이슈는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상파방송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글로벌 주요 스포츠경기의 경우 공익성이 강하다는 규제·입법기관 판단이 갑자기 생겼다. 결국 전국방송 커버리지 90% 이상의 방송사업자만 월드컵, 올림픽, WBC 등 주요 스포츠를 중계할 수 있다는 규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IB스포츠는 엑스포츠를 SBS에 매각했고, 이후 지상파방송사는 협의체를 만들어 해외 스포츠 중계권 협상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공익성을 이유로 중계권이 다시 지상파방송 손에 돌아간 사례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계권 및 재송신 분쟁을 둘러싼 사례를 보면 방송의 공익성, 공적영역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면서 "이는 단순히 사업자간 이익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적극개입 미루는 정부·국회 왜?

 

현행법상 정부가 재송신 분쟁에 개입할 수는 있다. 통신사업법 상 사업자들이 방통위에 재정을 요청할 경우, 방통위가 중재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매년 한 두 차례씩 반복되는 문제를 놓고, 규제기관이나 국회가 이렇게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규제기관이나 국회도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송 사업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CPS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상파의 이탈로 흐지부지 된 적도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가 계속 참여를 거부한다면 이들을 빼고 CPS 대가 산정 기준, 사업자간 의견 조율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적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이 발생할 때 마다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다"면서 "방송의 공익성을 중요시 한다면 미흡한 법·제도를 보완하고 합리적인 재송신료 계산법을 통해,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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