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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왜 SK합병에 '반대표' 던지나

  • 2015.06.25(목) 17:1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캐스팅보트' 역할
'수익 최우선' 논리 강화..'찬성' 사전포석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이번 결정보다 내달 17일 있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결의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쏠리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이 삼성의 합병안에도 반대표를 던질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의 3대 주주(지분 7.12% 보유)인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혼전 국면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0.15%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합병 성패를 가를 의결권 대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다.

 

 

◇ 국민연금 찬반 기준은 '수익 극대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 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SK 지분 7.19%, SK C&C 지분 6.06%를 가진 국민연금이 양사의 합병를 반대한다며 밝힌 이유다.

 

SK그룹은 SK C&C가 SK를 1대 0.73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오는 26일 양사 주총에 올려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측은 "합병비율이 전문위에서 산출한 적정 시뮬레이션과 차이가 컸다"고 지적했다. SK C&C가 SK를 좀더 비싼 값에 사야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SK그룹이 양사의 합병과 동시에 SK C&C 자사주(12%)를 소각하고 SK 자사주(23.8%)도 사실상 소각(합병신주 미발행)키로 한 것도 합병 반대 이유로 들었다. 상대적으로 자사주 지분이 많은 SK 주가에 긍정적 요인인데 이를 뒤늦게 공개해 합병시 SK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SK와 SK C&C의 합병은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 C&C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 비율이 31.87%이고, SK C&C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비율이 49.43%에 달하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 등 기타 주주들도 합병에 긍정적이다.

 

◇ 삼성 합병 찬성 위한 명분쌓기(?)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이번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이유를 뭘까.

 

재계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결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는 데 주목한다.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연기금의 최우선 목표는 수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대내외에 드러내 보이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쟁점 사안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의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 당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주주총회에선 기권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주식우선매수권을 행사, 합병비용이 커지면서 양사간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이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모양새라는 차이가 있다.

 

엘리엇은 자사 운영 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제일모직에 비해 저평가됐다며 이번 합병안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엘리엇이 시세차익과 향후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리는 것일 뿐이라며 합병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 "향후 논란 대비한 포석"

 

특히 '수익성 극대화 최우선'이라는 명분은 국민연금이 합병 안에 찬성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합병 발표(5월26일)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모두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사 보통주 합병가액은 제일모직이 15만9294원, 삼성물산이 5만5767원인데 현재(25일 종가 기준) 주가는 제일모직 17만2500원, 삼성물산 6만7300원이다. 합병이 무산돼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 관리에도 마이너스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으로서는 더욱 탄탄한 선택의 근거가 필요하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에 합병이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 때문에 빈약한 근거에 따른 찬성 선택은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합병발표 이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매입했는데, 이 역시 합병 이후 주가 흐름이 긍정적일 것이란 판단에 따른 투자"라며 "이미 찬성 쪽으로 스탠스를 정한 국민연금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논란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SK 합병안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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