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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울리는 세금 '재조사' 남발

  • 2015.06.30(화) 16:58

법인세 재조사 비율 9% 육박..기업·로펌·과세관청 '울상'
지급보증 수수료 대기업 과세 집중..조세심판원도 '고심'

▲기업: 저희는 세금 잘 냈습니다. 억울합니다. 과세관청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세요. 

 

▲과세관청: 기업이 세금 안 내려고 버티는 겁니다. 과세처분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조세심판원: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군요. 그렇다면 다시 조사하면 되겠네요. 땅땅땅!

 

세금이 억울하다고 찾아온 기업들을 되돌려보내는 '재조사' 결정이 쏟아지고 있다.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의 세금 분쟁을 정리해주는 조세심판원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기업이나 과세관청, 법무법인(로펌)과 회계법인 사이에서는 최근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 관행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금 문제로 시간과 비용만 허비한 납세자와 과세관청은 한결같이 허무하다는 반응이다.

 

 

◇ 11건 중 1건은 재조사

 

30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처리된 법인세 심판청구 321건 중 재조사는 28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제기한 법인세 심판청구 11건 중 1건 정도는 재조사로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82건 중 재조사가 44건(9.1%), 하반기에는 408건 중 36건(8.8%)을 재조사로 처리했다. 심판청구에서 재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3년에는 심판원이 법인세 분야에서 내린 '재조사' 결정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심판원 관계자는 "2014년 이전에도 재조사 결정이 있었지만, 인용 결정에 포함되면서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며 "2013년까지 없던 재조사가 2014년에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불행 바이러스 '부작용'

 

재조사 결정은 국세기본법에도 나와있는 만큼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금 불복의 당사자들은 맥이 빠지는 결정이다. 차라리 인용이나 기각 결정이 나오면 재빨리 행정소송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시간만 끌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정이 나오는 탓이다.

 

납세자는 2~3년간 준비해온 심판청구가 재조사로 끝나면 애꿎은 시간과 로펌 수임료만 허비한다. 대리인을 맡은 로펌도 오랜 기간 인력을 투입하고도 성공보수를 챙기지 못한다. 과세관청도 이미 조사한 부분에서 새로 조사에 나서야 하는 만큼, 추가로 행정력이 소요된다.

 

재조사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납세자에게 가장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과세관청은 재조사로 인해 세액을 줄이기보단 기존과 비슷하게 과세 처분을 내린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재조사 결정이 나오면 납세자는 세액을 줄이긴커녕, 과세관청의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감춰놨던 자료를 소송에서 활용하는 등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 "누구만 봐줄 순 없잖아"

 

심판원이 재조사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한쪽의 주장만 들어주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세청 역대 최대 과세분쟁이었던 디아지오코리아의 심판청구는 2009년 당시 영국과의 외교 문제까지 겹치면서 재조사로 매듭을 지어야만 했다.

 

최근에 나오는 재조사 결정은 대기업의 해외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심판원 입장에선 기각을 하기엔 논리가 부족하고, 인용을 하자니 기존의 사례를 뒤집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미 2013년 초부터 기각 결정을 내려왔는데, 국세청과 대기업 사이에서 새롭게 엇갈리는 쟁점이 있으면 재조사 결정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해에는 포스코와 현대모비스, 태광실업, LG화학 등이 지급보증수수료 문제로 재조사 결정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단독] 삼성·LG도 해외보증 세금 추징

 

한 로펌 관계자는 "사안마다 재조사 결정이 나올 순 있지만, 요즘엔 지급보증수수료 부분에서 자주 나온다"며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관련 심판청구 몇 건이 인용 대신 재조사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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