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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玄부총리, 어쨌길래…

  • 2013.07.30(화) 19:53

일감과세 봐주기에 '재벌 끼워주기'
월급쟁이·서민 '증세 떠넘기기'..맹비난

현오석 경제부총리(사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실세로부터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을 받은지 13일만에 다시 정치권발(發) 구설수에 올랐다.


여당내에서 쏟아졌던 현오석 비판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 부총리에 대한 신임을 확인하면서 수그러들었지만 1주일만에 재점화되고 있다. 당시와 달라진 건 여당 뿐 아니라 야당도 비난에 가세했다는 점.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일감 몰아주기를 봐주려는 대상에 왜 대기업까지 포함시켰냐는 것. 둘째는 대기업은 봐주면서 왜 월급쟁이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더 걷으려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경제활성화로 설정한 상황에서 재벌 봐주기에 서민 세부담까지 가세하자 비판의 수위는 경제민주화 실종으로 격상되는 모습이다.

◇ '일감몰아주기 과세'..대기업은 왜 봐줘?

민주당 문병호 정책위수석부의장은 30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일감몰아주기규제법이 통과돼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제주도까지 직접 찾아가서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 발언을 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이 문제라면 그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과세 요구를 완화하면 될 일인데  중소·중견기업을 핑계대면서 은근슬쩍 대기업을 끼워 넣는 행위는 명백한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근절하겠다던 대선공약집의 경제민주화 페이지를 통째로 찢어버릴 계획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물고 늘어졌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거들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가 경기활성화로 바뀌었다"며 "현오석 부총리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는데 경제민주화 공약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최고위원도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꼬집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재벌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또는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에 이것을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과세를 도입했는데 (경제부총리 발언은) 과세가 시작되려는 마당에 이것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재벌 봐주면서 서민 세부담은 늘리냐'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세수확보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쥐어짜서 메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0%로 낮추고, 영세 음식점에 대해 부가세를 감면해주는 의제매입 세액공제도 조정하고,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도 축소한다고 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확대하면서 서민 부담은 늘어나게 하는 세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세제개편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비과세·감면 혜택 정비다. 정부의 용역을 받은 조세연구원도 정부의 예산 지원과 중복되거나 기득권으로 굳어진 감면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비중있게 제시했다. 

문제는 기존에 이런 제도를 통해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농어민들이 기존에 받고 있던 보험·의료·교육비와 기부금 공제 혜택 등이 줄어들게 되면서 사실상의 증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복지 공약 재원마련을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꼼수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 서민의 주머니에서 손쉽게 세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최소화시키고 회피해야 할 방법"이라며 "특히 그간 자영업자나 농어민 등 어려운 서민들에게 돌아갔던 혜택들이 일률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감면되거나 축소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세수증대에 치우쳐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 玄부총리 어쨌길래..신임 1주일만에 또 '동네북'

현오석 부총리는 사흘전인 지난 27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3 전경련 제주하계포럼 연설에서 하반기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경제활성화'에 두겠다면서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 완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과 관련해 "현재 매출액에 대비해 (과세 대상으로) 하는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준을 올려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비중이 매출액의 30%를 넘는 경우에 증여세가 매겨지는데 중소기업은 이 기준을 높여 과세 대상을 줄여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과세조건인 지배주주 지분율 3% 이상, 계열사 간 거래비율 30% 이상을 각각 5~10%, 40~50%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도 완화 대상에 포함시킬 뜻을 내비쳤다. 그는 "대기업도 내부지분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감안해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똑같은 지분구조라도 예컨대 구조조정과 관련돼 기업이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내부지분율을 감안하겠다는 것은 세금을 매길 때 모기업 지분율 만큼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모기업이 4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경우 10억원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지분률에 해당하는 4억원을 빼고 6억원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직계열화 형태의 대기업 대주주들은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재벌 봐주기라는 곱잖은 시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재벌과 엮이지 않았다면 비판의 강도가 강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봐주기는 이미 여당과 교감이 형성된 상태였다. 부총리의 발언 하루 전날인 26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중소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벌 총수들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자는 취지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9월 국회에서 입법 보완을 약속했었다. 새누리당은 의원입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현 부총리는 이달 들어 풍파를 겪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취득세 인하 문제 등에 개선대책을 세우고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다. 현 부총리가 부처간 이견이 있는 정책에 대해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으로 비춰졌다.
 
이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팀이 경제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현 부총리를 겨냥했다. 결정타는 17일 나왔다. 여권 핵심 실세인 김무성 의원은 "현 정부 경제팀으로는 난제 해결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정몽준 의원 등 중진들이 역성을 들면서 경질설(說)이 나돌기도 했다.  곤경에 빠졌던 현 부총리는 지난 23일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달라"며 신임을 확인하면서 사면초가에서 벗어났지만 1주일만에 다시 비판의 도마의 오르는 신세가 됐다.


☞ 일감몰아주기 과세 : 201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법 45조의 3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이 세후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매출액의 30%를 초과했을 때 증여세가 부과된다. 증여세 과세 대상은 일감을 받은 수혜 기업 지분을 3% 이상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오너와 그 일가들이다. 

국세청이 이달초 6200여개 법인의 오너 및 일가 1만여명에게 자진신고·납부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재계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의 99%가 중소·중견기업에 몰려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됐다며 반발했고 중견기업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단체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중견·중소기업들을 제외해 달라며 법개정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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